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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왜 중요한가? 세계적인 과학자 12명에게 묻다

[책과 길] 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476쪽, 2만2000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오른쪽)의 영국 자택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시기는 2009년으로 최 교수는 ‘다윈의 해’였던 그 해 세계적인 진화 과학자 12명을 찾아가 대담을 가졌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겹치는 2009년은 ‘다윈의 해’였다. 진화 생물학자로 평생 다윈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해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그 해 세계적인 다윈주의 과학자 12명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 여정은 다윈이 연구했던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50년 가까이 다윈 핀치(되새류)를 연구해온 피터 그랜드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로 시작해 ‘찰스 다윈 평전’의 저자 재닛 브라운으로 마무리됐다. 최 교수는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의식·종교·자유의지·문화 등 철학의 주제를 다윈주의적 관점에서 재구축하는 생물 철학자 대니얼 데닛, DNA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자로 20세기 생물학을 대표하는 제임스 왓슨을 만났다. 또 자연선택과 함께 다윈 진화론의 두 기둥을 이루는 성 선택 개념을 명쾌하게 해명한 과학사학자 헬레나 크로닌, 화석으로 식물의 진화를 추적하는 피터 크레인, 일본 영장류학의 정통 후계자 마쓰자와 데쓰로, 방송·책·강연을 통해 다윈 사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스티브 존스, 다윈의 가장 유창한 대변자 중 하나인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 진화론을 옹호하며 사이비 과학에 맞서 싸우는 마이클 셔머 같은 중요한 다윈주의자들을 만났다.

‘다윈의 사도들’은 최 교수가 당시의 인터뷰를 정리해 10여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질문자라기 보다 대담자에 가깝다.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너무 깊지도 않고, 너무 앝지도 않은 인터뷰를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면 다윈주의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예컨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티븐 핑커는 다윈주의의 핵심 개념인 적응에 대해 “생물학적 의미에서 적응이란 우리 조상들이 진화한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생존 가능한 자손을 더 많이 갖게 한 무언가를 뜻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인 스티브 존스는 “초기 인간과 우리가 신체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우리는 다른 행성 정도가 아니라 다른 태양계에 사는 존재처럼 초기 인간과 다르다”면서 “넓은 의미에서 인간 진화의 상당 부분은 몸이 아닌 마음에서 일어났다”고 얘기한다.

인터뷰에서 최 교수는 공통 질문을 던진다. “왜 다윈은 그토록 중요할까요?”

대니얼 데닛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이 세상 사람이 생각해 낸 모든 아이디어 중에서 최고”라고 평했다. 스티븐 핑커는 여기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로 “생물계와 무생물계의 간극에 다리를 놓아 주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헬레나 크로닌은 “어쩌면 과학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다윈은 근본 이론을 옳게 맞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자연 선택은 설계자 없이도 설계를 낳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 하다”고 답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답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했고, 대니얼 데닛은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단 하나의 과학적인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책은 현대 생물학의 최첨단 논의들을 두루 조명하면서 150년 전에 만들어진 진화라는 이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간 중간 흥미로운 얘기들도 많다. 고 강원용 목사와 깊게 교류했다는 최 교수는 진화론자들에게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르크스가 다윈의 이론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책 ‘자본론’에 서명을 해서 다윈에게 보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가 제목 때문에 오해되었다면서 ‘이기적 유전자, 이타적 개체’라고 제목을 고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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