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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한동훈과 민주당의 화양연화

고세욱 논설위원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한다. 2000년 양조위와 장만옥 주연의 동명 홍콩영화가 개봉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BTS가 이 영화에 착안해 2015년 내놓은 앨범도 ‘화양연화’다.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청춘을 노래한 이 앨범을 기점으로 BTS는 글로벌 인기를 누리게 됐다. ‘전성기’ ‘리즈 시절’과 의미가 비슷하지만 영화와 BTS의 인기, 사자성어가 주는 세련됨 등으로 유명인들이 최근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중 화양연화를 언급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장관에게 “(야당인) 민주당에 너무 적개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적개심은 민주당이 더 많아 보인다.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의 수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2017~2018년 검사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권력 실세들을 구속하며 화려한 이력을 채워갔다. 당시 민주당 인사들은 자신을 칭찬하더니 지금은 왜 공격하냐는 반박이었다.

재밌는 것은 민주당의 화양연화 시점도 한 장관과 같다는 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화해 분위기 등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인기가 치솟았다. 2018년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꺼낸 것도 당의 화양연화가 오래 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지붕에서 같이 화양연화를 누리던 이들이 조국 사태로 다른 길을 걷더니 지금은 ‘대통령·장관 VS 야당’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식 투쟁을 하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만 잘못되면 민주당 탓으로 돌리기 급급하고, 한 장관과 민주당은 국회에서 가시돋친 설전만 벌인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끝내 이별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틋함을 간직한 주인공들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이별의 상처를 헤집지만 말고 국가 미래의 또 다른 화양연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서도록 주문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한 걸까.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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