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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취급이라면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살아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

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듬어 주세요, 말해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지를 펼치니 행복 취급하는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그 위험물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 있다고 간주하지만

당신의 세계는
어떤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바다를 취급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소포는 오지 않고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밌어서
나는 오늘도
아무리 희미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여전히 바다 같은 작약을 빗소리를
오래오래 보고 있습니다

-김경미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중에서

중년의 쇠약과 쓸쓸함을 유쾌하게 수용한다.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아무리 희미해도” 괜찮다고, 살아 있는 게 재밌다고, 아직도 작약을 보고 빗소리를 듣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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