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가능인구 올 31만→2039년 19만… 공포에 떠는 대학들

[인구가 미래다!] <2부> 지금 지방은 소멸 중 ③ 벼랑끝에 몰린 지방대학

2021년 2월 폐교한 전북 군산 서해대학의 시계탑 시계가 멈춰 있는 모습.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소멸 징후는 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 입학 가능 인구는 올해 31만6623명으로 지난해 33만9543명보다 2만2920명 줄었으며, 2039년에는 19만4371명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DB

“정부가 모든 대학을 살리겠다고 약속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모든 대학을 살려드리지 못한다는 점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던진 말이다. 지방대의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는 압박이자 경고로 읽혔다. 통상 교육부 수장과 대학총장들의 덕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 입에서 대학들의 ‘생사’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총회에 나온 대학총장 140여명도 그다지 충격을 받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대학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실을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솟아날 구멍이 없다”

대학총장들도 지방대 상당수가 고사(枯死)의 길을 가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교육부 기자단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대학총장들에게 ‘10년 내 문 닫을 대학 수’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응답자 111명 중 ‘없다’고 답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0~50개’ 규모라고 응답한 인원이 36%, ‘50개 이상’은 29.7%였다. 전국 4년제 대학이 190여개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무엇보다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아무리 뜯어봐도 살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인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18세 인구 중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취학률)을 추려내 산출하는 ‘대학 입학 가능 인구’를 보면, 올해 31만662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33만9543명보다 2만2920명 줄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2034년까지 30만명대 초반을 유지하다 2035년에 27만5901명으로 앞자리가 바뀌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낙폭은 더 커져 불과 4년 뒤인 2039년에는 19만4371명으로 주저앉은 뒤 16만~17만명대로 굳어질 전망이다.

당장 올해부터 충격파가 예고돼 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42만6140명이 응시할 거로 추정한다. 지난해 44만7669명보다 2만1529명 적다. 올해 수능 응시 예상인원은 재수생 규모(13만9385명)가 지난해와 같다는 걸 전제로 산출했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2만1529명 모두 고3 재학생들인 것이다.


우선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고3 재학생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을 채우고 난 뒤 지방대로 흘러가는 게 현실이다. 대학가에서 통용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재수생 규모도 지방대로선 큰 의미가 없다. 재수생들은 서울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대를 목표로 재수하는 경우는 의대나 약대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 바꾸고 통폐합에도 ‘역부족’

지방대 소멸 징후는 뚜렷하다. 정시모집은 경쟁률 3대 1 이하면 통상 미달로 취급한다. 수험생들에게 3번씩 지원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을 진행한 전국 188개 대학 중 3대 1을 밑돈 대학은 68곳이었다. 그리고 미달 대학의 87%(59곳)가 지방대였다.

지원자 ‘0’명이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학과는 26개(14개 대학)였다. 4년 전인 2020학년도에는 3개였는데 이듬해 5개로 늘어나더니 2022학년도에 23개로 껑충 뛰었고 올해 더 늘어난 것이다. 전부 지방대에 개설된 학과였다. 경북이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전남·부산·충남·충북·강원·전북 등 전국적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대학들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장학금과 기숙사 비용 혜택 등을 내걸며 ‘신입생 모시기’에 열심이지만 미달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부산지역 14개 4년제 대학의 올해 미충원 인원은 4626명이었다. 부산가톨릭대의 경우 합격자 10명 가운데 2명은 등록을 포기했다. 대구·경북지역의 한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전체 학과 중 절반 이상이 미달이었다. 제주 한라대는 2020학년도 2099명에서 2022학년도 1917명으로 모집인원을 182명 줄였지만 신입생 등록률은 89.2%에서 73.7%로 더 떨어졌다.

대학들도 학과 개편 같은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충북 청주 서원대는 지난해 영어학과 모집 중단에 이어 올해는 중국어학과도 신입생을 뽑지 않았다. 대신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경찰학과와 패션의류학과는 정원을 각각 10명 늘렸다. 광주 지역에선 전남대를 비롯한 7개 대학이 최근 5년간 27개 학과를 폐지했다. 경남지역 4년제 대학 6곳은 최근 10년간 148개의 학과가 통합되거나 폐과됐다.

대전 지역에선 충남대와 한밭대가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우수 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국립대 위상 약화를 극복할 길은 통합뿐”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학 이름에서 지명을 빼 지방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있다. 영동대는 유원대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를 글로컬캠퍼스로, 연세대는 원주캠퍼스를 미래캠퍼스로 바꿨다.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강릉원주대의 경우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을 찾아가 학생 유치에 부심하고 있다.

한 호남 지역 대학 관계자는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남부 지역 대학부터 문 닫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서울을 빼곤 전국적으로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할 것”이라며 “지역 대학은 지역 경제·사회와 밀접하기 때문에 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대학 울타리 안의 위기에 국한된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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