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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SM과 행동주의 펀드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불과 1년 전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수만이 없는 SM엔터테인먼트를 말이다. 가수이자 MC였던 이수만은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연예계에서 SM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또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연습생’ ‘아이돌’이라는 지금은 낯익은 단어도 모두 SM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던 한국 음악을 글로벌 한류 및 K팝으로 변신시켰다. SM에서 이수만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사명만 봐도 SM은 이수만의 영어 이니셜이다. 우리나라의 연예계 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SM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이수만이 없는 SM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요즘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이슈는 SM의 경영권 분쟁이다.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S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M 경영권 인수에 나선 하이브는 최근 이수만이 SM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현 SM 경영진과 손을 잡은 카카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철옹성 같았던 이수만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당시 1%대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주주총회에서 이수만이 설립한 회사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SM이 제안한 이사와 감사 선임안이 채택되지 않았고, 대신 얼라인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됐다. 그 후 현재 SM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이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고, 이에 대항해 이수만은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즉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SM 사태의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과거 투기자본,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국내에선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행동주의 펀드 때문은 아니다. 바로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질적인 영세성과 설립자의 그릇된 인식이 사태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1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SM은 이수만, 하이브는 방시혁, YG는 양현석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주식회사인 만큼 설립자도 회삿돈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엄격한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유달리 ‘오너 리스크’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SM도 이수만이 공식 급여를 받는 대신 라이크기획이라는 개인 회사로 돈을 몰아줬다. 2020년 SM은 80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라이크기획에는 129억원이나 지급됐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스스로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YG도 최근 몇 년간 설립자 개인 의혹으로 기업이 휘청거리는 오너 리스크를 겪었다.

결국 이번 SM 사태는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세성과 후진성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1인 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이뤄내야 한다.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참고해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사태는 기업 병합 대신 SM이 체질을 개선하고 고유의 문화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독점은 필연적으로 경쟁과 개성과 다양성을 말살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를 달리는 K팝의 특징이 바로 경쟁과 개성, 다양성이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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