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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건물 철거 본격화… 열흘 훌쩍 지났지만 기적같은 생환

이재민 “살던 집 마지막 보려고”
잔해 속에서 귀중품 찾는 이들도
260시간여 버틴 매몰자 3명 구조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 그리스도상 위에 강진 피해로 4만3000명 이상이 사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기를 연출해낸 조명이 비쳐지고 있다. 이 예수상은 1922~31년 프랑스 조각가 폴 란도스키와 브라질 기술자 에이트로 실바 다코스타가 설계해 건설된 길이 28m, 높이 30m의 조각상이다. AFP연합뉴스

지진 발생 12일째인 튀르키예에선 인명 구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폐건물 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오후 찾은 카흐라만마라슈의 거리는 모래바람으로 눈을 뜨기 어려운 상태였다. 두세 대씩 짝지은 굴착기들이 주저앉은 건물을 헤집으며 날리는 흙먼지 때문이었다. 몇 시간씩 이어진 철거 작업에 건물들은 어느새 형체 없는 콘크리트 더미로 변신해 품고 있던 살림살이와 철골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았다.

인근 텐트촌으로 피신한 주민들은 날리는 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을 찾아와 작업과정을 코앞에서 지켜봤다. 생존자 수색 때와는 달리 기도나 탄식, 함성은 들리지 않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진 당시 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메리암(28)은 이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정들었던 집이 잔해더미로 전락하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16세대가 거주했던 이곳에서 살아나온 사람은 메리암까지 포함해 단 10명. 그는 “구조대에서 수색을 다 마쳐 미련은 없다. 그저 이 집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철거 현장을 찾은 주민도 있었다. 길 건너에서 철거 현장을 살펴보던 한 40대 여성은 “그동안 모은 돈과 금붙이가 전부 저 안에 그대로 있다”며 굴착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6일에는 몸부터 급하게 피하느라 귀중품을 전혀 챙기지 못했는데,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다면 즉시 갖고 나오겠다고 했다. 몇몇 주민은 아예 잔해를 밟고 굴착기 옆까지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피해가 컸던 카흐라만마라슈의 경우 철거가 완료된 건물은 일부에 불과했다. 주 정부청사 인근의 건물들은 어느 정도 철거가 진행됐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건물 대부분이 주저앉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 이재민캠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피해 지역의 모든 건물이 철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이 멀쩡해 보여도 구조적으로 위험한 상태여서 다시 거주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2시간의 골든타임을 훌쩍 넘겨 구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도 ‘기적’의 생환은 이어지고 있다. TRT 하베르 등 현지 매체들은 17일 오전 하타이주 안타키야에서 34세와 26세인 두 남성이 지진 발생 261시간 만에 구출됐다고 전했다. 그보다 한 시간 전에는 건물 잔해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260시간을 버틴 12세 소년 오스만 할레비가 구조 당국에 의해 무사히 빠져나왔다.

카흐라만마라슈=이의재 특파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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