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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살지 말라네요”… 시리아 난민 차별에 또 눈물

허기 면할 정도 배급… 씻지도 못해
19일 구조 종료… 사망자 4만6000명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진 잔해 속에서 296시간 만에 구조된 시리아 이주민 사미르 무함메드 아카르가 구급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내, 12세 아들과 함께 구조됐으나 다른 자녀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구조된 아들도 이후 탈수증으로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아카르는 매몰 기간 오줌을 먹으며 버텼다고 증언했다. AP뉴시스

17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디야만의 수메르 공원은 이재민들이 소각 중인 생활폐기물의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이 공원에 설치된 텐트 20여동 대부분은 천과 거적때기를 아무렇게나 엮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AFAD(튀르키예 재난관리청)나 튀르키예 적십자 같은 공공기관에서 지급한 양질의 텐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공원 이재민의 대다수가 인근에 살던 시리아 난민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탓이었다. 공원의 20여 가구 가운데 튀르키예 국적을 지닌 집은 두세 가구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시리아 난민이거나 쿠르드족 출신이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2014년 튀르키예로 건너온 쿠르드족 청년 주랍(20)의 가족은 지진 발생 후 첫 이틀을 길거리에서 보냈다. 정부가 마련한 텐트촌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이들의 요청에 관계자는 난색을 보였다. 주랍의 아버지는 ‘시리아 사람이 튀르키예 사람들과 한곳에서 살면 싸움이 나서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진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지금 난민들을 내국인 곁에 들였다가는 괜한 분쟁만 생긴다는 얘기였다.

이곳의 상황은 관리의 손길이 닿는 대단위 텐트촌에 비하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정부나 군·경찰 관계자가 인근에 상주하지 않아 치안은 불안정하고, 화장실이라고는 용변만 볼 수 있는 간이변소 두 칸이 고작이다. 정부에서 배급한 물자는 허기를 해결할 정도의 수프와 물 그리고 각국에서 보내온 헌 옷이 전부였다.

변변한 수도시설조차 없다 보니 주민들은 일주일 넘게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였다.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인중에는 하나같이 누렇게 말라붙은 콧물 자국이 있었다. 주랍의 가족들은 “마시라고 준 물로 세수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씻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시리아 출신 난민과 망명 신청자는 400만명이 넘는다. 주랍 가족을 비롯한 난민 상당수는 이번 피해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차별적인 대우로 고초를 겪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18일까지 튀르키예에서 4만64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리아에서 기존에 발표한 사망자 5800명을 더하면 최소 4만6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튀르키예 정부의 구조작업은 19일 밤 막을 내렸지만 기적적인 생환 사례는 계속 이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8일 오전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40대 부부와 12세 소년으로 이뤄진 일가족 3명이 지진 발생 296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전했다.

아디야만=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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