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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에 세금 폭탄… 한국 금융, 홍콩에도 안 된다

보안법에 과한 방역… 투자 매력 하락
상속세·부가세 없어 세제 혜택 파격
투자 환경은 한국에 여전히 앞서

게티이미지

“코카시안(백인)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 홍콩 법인 관계자들은 27일 2019년 이전과 현재 홍콩 풍경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공통적으로 이같이 답했다. 국제 금융·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조차 외국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만큼 홍콩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해외 자본 유입이 줄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대표 금융허브였던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20년 홍콩보안법 시행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헥시트(홍콩+엑시트)’ 행렬이 이어진 탓이다. 글로벌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보여주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은 지난해 9월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직전 3월 조사에서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였지만, 이번 조사에서 싱가포르에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시위가 일어나자 이듬해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통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강력한 코로나 방역 조치가 더해지며 투자 매력이 더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의 부진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존스랭라살(JLL)에 따르면 홍콩 상업용 빌딩 공실률은 2019년 3~4% 수준에서 지난해 12%까지 증가했다. 넬슨 웡 JLL 리서치 담당 전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유례없는 규모의 기업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비교하면 홍콩의 투자 환경은 여전히 앞서있다는 평이다. 먼저 홍콩은 세제 혜택이 파격적이다. 상속세는 물론 부가가치세도 없다. 반면 한국은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언어 장벽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홍콩은 공식적인 문서가 모두 영어로 작성되는 반면 국내에는 아직 영문 공시가 일반적이지 않다. 한국이 선진 금융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일단 외국인 진입이 쉬운 기초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훈 KB증권 홍콩법인장은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같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도 국내에서 상장하는 곳은 싱가포르나 홍콩 증시에서보다 저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콩=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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