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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 개선없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없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길] <3회> 저평가의 늪

게티이미지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의미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이 지지부진한 구조적 원인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기업 생태계가 지목된다. 소수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행태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낮은 배당 등 한국 시장 저평가 주원인들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2000년 이후 20년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저평가 원인에 대한 진단은 대체로 마무리됐다.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소액주주 보호 취약 등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 낮은 배당 성향, 회계 불투명성, 단기투자 성향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주식회사는 원래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지만 국내에선 상장사가 창업주의 자식 등 가족에게 세습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오너의 잘못된 결정이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주가 부양의 ‘키’가 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같은 기업지배구조는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소다.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구조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기본 원칙으로 여기는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수십년간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특정 가문이 기업 경영권을 독식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임원 보수 상위 20인 중 오너 일가 비중은 65%(13명)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전문경영인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일본은 20명 안에 오너 일가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도 85%에 해당하는 17명이 전문경영인이었다. 국내에서도 전문경영인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오너들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오너 입장에서 경영권 확보로 얻을 수 있는 사익 추구의 이점을 포기하기 어렵다. 이에 이익을 배당해 주주에게 환원하기보다는 사내 유보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자금 활용의 통제권을 유지한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20.1%로 영국(45.7%) 미국(40.5%)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한국에선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각종 이익을 포기하고 개선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분 정리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두고 재계의 반발이 강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율이 지배구조 개선을 더디게 하는 배경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1개 국가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58개로 나타났다. 한국의 직계비속 상속 기준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였다. OECD 평균 상속세율 27.1%에 비해 22.9% 포인트가량 높다. 특히 한국은 상속세율이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포함 시 60%에 달해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오너가 가진 100% 주식은 2세대에 40%, 3세대에 16%, 4세대에는 6.4%로 줄어든다.

사실상 기업 승계가 어려운 구조 속에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증가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너 입장에서 주가가 높을 경우 세금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주가를 낮게 유지하고 싶은 유인이 생긴다. 이효섭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에 비해 상속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오너들은 주식을 통한 상속, 비상장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 방식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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