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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선샤인 보고 항일운동 관심” 서대문형무소 찾은 외국인들

인터넷서 직접 정보 찾아 방문해
“아픈 역사 이겨낸 韓 배우고 싶다”
‘K컬처’ 관심 ‘K역사’로까지 번져

아르메니아 출신 안나(맨 오른쪽)씨와 러시아 국적의 예카테리나(오른쪽 두 번째)씨가 1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던 한 유적지 앞에서 가이드 설명을 듣고 있다.

제104주년 3·1절을 맞은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대한 독립 만세” 삼창이 울렸다. 부모와 함께 한국에 관광을 온 스페인 국적의 빅토리아(20)씨는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사진 조각이 가득한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빅토리아씨는 인터넷에서 3·1절에 대한 정보를 얻어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타국의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려는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형무소를 찾은 외국인들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한국의 항일운동이 궁금했다” “직접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니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만행이 떠오르면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K드라마’ 시청 등을 계기로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등을 ‘다크 투어리즘’(역사적 비극이 벌어진 곳을 찾아 교훈을 얻는 관광) 방문지로 선택하고 있다. 특히 3·1절을 기념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온 지아나(22)씨는 형무소 지하 고문실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했다. 지아나씨는 “감옥을 직접 걸어보면서 일본으로부터 고문당한 사람들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3·1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들의 과거를 보면서 흑인 차별로 겪었던 미국 사람들의 고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형무소 풍경을 담던 미국인 켄(20)씨는 “일본이 만든 큰 감옥 앞에서 아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한국의 자긍심을 느꼈다”며 “영상을 만들어 SNS로 내 경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메니아인 안나(29)씨와 러시아인 예카테리나(24)씨는 인사동 일대 3·1운동 유적지 투어에 참여해 삼일대로 인근을 걸어 다녔다. 가이드 김은택(46)씨는 “3·1운동이 100년 전 막연히 어디선가 일어난 운동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걷고 있는 인사동과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모의하고 항거한 독립운동”이라고 이들에게 설명했다.

6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가 정착까지 하게 된 안나씨는 “아픈 역사를 딛고 반세기 만에 빠르게 발전한 한국을 더 배우고 싶었다”며 “어렸을 땐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면서 K팝 같은 대중문화에 끌렸지만 100년 전 한국이 과거 아르메니아처럼 식민지 상황이었다는 걸 알고 한국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세종대 호텔관광대학원을 다니는 예카테리나씨는 “3·1운동에서 신념을 위해 싸우다가 7000여명이 희생당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하다”며 “지금도 전쟁터에 원치 않는 사람들이 끌려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갈등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2시간가량 3·1운동 당시 뿌려졌던 독립선언서를 몰래 인쇄한 보성사와 독립 만세를 처음 외쳤던 탑골공원 등을 돌았다.

7년 동안 광화문 일대에서 역사 가이드를 해온 김씨는 “2월에도 BTS에 푹 빠져 한국을 찾았던 20대 멕시코인 의사가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역사 탐방을 즐겼다”며 “과거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한류 대중문화 위주의 관광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한국 역사에도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용현 백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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