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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터지자 또 “대입제도 수술”… 날림개편 피해는 학생 몫

정시전형에 학폭 반영이 골자
조국 사태 때는 자기소개서 폐지
교육적 해결보다 여론따라 흔들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학폭) 징계 전력에도 서울대에 합격한 사실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자 교육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 변호사 아들의 입학 통로가 된 정시 전형에 학폭 이력을 반영하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발표될 예정인 학폭 근절 대책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폭 대응·예방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시 정책이 충분한 검토·논의 없이 여론에 따라 급조될 경우 결국 학생 피해를 양산했던 과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에서 학폭을 반영하는 내용을 포함해 여러 각도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시에서 학폭을 반영하는 방식은 세 가지 정도로 예상 가능하다. 먼저 지원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이 있다. 수능 부정행위자처럼 일정 기간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인성 면접을 의무화해 대학이 판단토록 하는 방식도 있다. 감점 방식도 가능하다. 학폭 처분에 따라 감점하되 ‘○호 처분 ○점 감점’처럼 세부 내용은 대학에 맡기는 식이다.

교육계에선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학폭 전력을 대학 진학의 결격 사유라고 본다면 교권침해도 결격 사유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교권침해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사 대상 폭력일 수 있어서다. 최근 교육부는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이 사안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토록 했다.

정시는 고교 졸업생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N수생’ 중에는 사회 생활을 하다 대입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폭과 다른 시기 이뤄진 범죄를 어떻게 다룰 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령 군대 내 폭력 역시 학폭 못지않은 사회문제다. 범죄 경력을 대입에 연결할 경우 전과자의 대학 교육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12년 학폭 전력을 학생부에 기재하기로 한 이후 교육계에선 “교육적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 “변호사들만 좋은 일”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징계를 피하기 위한 소송 자체를 차단하는 일도 어렵다.

지금까지 땜질식 대입 개편의 피해는 결국 학생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파문 때 교육부는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외부 스펙을 차단하는 한편 대학에는 고교 정보를 주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에도 불과 몇 달 만에 방안을 내놨는데, 현재 대학과 고교 양쪽에서 “학생 잠재력을 평가하는 길을 차단해 놨다” 등의 비판이 적지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더 글로리(학폭 주제 드라마)도 곧 시즌2가 나오지만 디피(군대 폭력을 다룬 드라마)도 곧 나온다. 스카이캐슬(사교육 관련 드라마) 때는 또 어땠는가”라며 “대입이 복잡하다는 여론에 정시는 수능 100% 적용을 요구했던 게 불과 몇 년 전 교육부였다. 또 땜질식 처방이라면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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