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야쿠르트 아줌마’ 집집마다 배달 노크… 홀몸 어르신 살핀다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2부> 마음 낮은 이들과의 동행
⑥ ‘배달의 교회’를 아시나요

프레시 매니저 박연숙씨(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한옥순씨 가정을 찾아 야쿠르트를 전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역(6호선) 1번 출구 앞. 눈에 익은 냉장전동카트 코코(cool & cold)로 다가가자 베이지색 모자를 쓴 박연숙(62)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눈웃음과 함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올해로 20년차 베테랑 ‘야쿠르트 아줌마’다. 매일 오전 6시에 하루를 깨우고 사무실에 들러 코코에 각종 제품을 싣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서교동 일대 골목을 돌며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그에겐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다. 박씨의 ‘뇌지도’에 동네 지리는 물론 주민들이 키우는 애완견 이름, 단골 어르신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주요 품목까지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매일 70여 가정에 제품을 배달하는 박씨에게 유독 방문이 설레는 집이 있다. 바로 한옥순(88)씨네다. 코코를 타고 5분쯤 이동해 도착한 다가구주택 골목. 야쿠르트를 들고 계단을 오른 박씨가 초인종을 누르며 “어머니”하고 외쳤다. 문이 열리며 박씨를 마주한 한씨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박씨가 냉장전동카트를 탄 채 한씨 집으로 배달가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저한테 딸 같은 사람이에요. 시장 보고 올 때마다 그렇게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야. 야쿠르트 하나를 안 사는데도 말이야. 동네 어르신인데 어떻게 인사를 안 하느냐면서 손을 잡아주더라고. 그날부턴 야쿠르트 리어카 옆에 앉아 두런두런 사는 얘기 나누는 사이가 됐지.”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해진 한씨는 최근 2년새 일주일에 한 차례 외출도 힘들다. 그런 한씨의 집에 박씨가 찾아올 수 있게 된 건 인근의 서현교회(이상화 목사)가 2년 전 hy에 정기배송료를 부담하며 안부 확인을 요청하면서부터다.

이상화 목사는 7일 “홀몸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새벽기도 마치고 나서는데 카트를 몰고 골목을 누비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분들이야말로 가가호호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교회는 그날로 ‘위드(with)’란 이름의 사역에 돌입했다. hy 성산지점과 협의해 14가정의 정기배송료를 교회가 책임지기로 하고 프레시 매니저가 주 4회 제품을 배달하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배달할 때 기존에 배달된 야쿠르트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문을 두드려 주민의 상태를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교회로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웃을 돕고자 하는 교회와 이윤 활동 가운데 사회 공헌에 동참하려는 기업이 ‘동네 전문가’로서 손을 맞잡은 셈이다. 이 목사는 “교회가 이 사역을 펼치고 난 뒤 두 가정의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업무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 업무 가운데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 보람이 된다”며 웃었다.

‘외로움 문제’가 확산하면서 한국교회의 이웃 섬김 사역 중 하나인 반찬 나눔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선 고령의 홀몸 노인이 워낙 많다보니 대도시와 달리 서로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 전북 익산에서 사역 중인 김동현 제성침례교회 목사의 아찔한 경험은 그 필요성을 설명해 준다.

김 목사는 지난해 7월 반찬 배달을 위해 어르신 댁을 찾았다가 어르신이 집앞 마당에 누워있는 걸 발견했다. 알고 보니 발을 헛디뎌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 목사는 “날씨도 더운데 누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소리쳐 사람들을 모았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며 “반찬 배달을 한 덕”이라고 전했다.

제성교회는 2021년부터 지역 내 거주하는 8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일주일 치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는 ‘든든한 도시락’ 사역을 하고 있다. 반찬 배달은 홀몸 노인들의 외로움을 한결 덜어줬다. 김 목사는 “장로님 집사님이 배달하러 가면 최소 한 시간은 앉아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온다”고 소개했다.

교회가 반찬을 배달하면서 지자체가 하지 못하는 일을 감당하기도 한다. 김 목사는 “면사무소는 독거노인 실태 파악을 마을 이장을 통해서 한다. 이장님도 연세가 많으신데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교회가 누락된 정보를 바로 잡는 등 마을 복지의 조력자가 돼준다”고 말했다.

배달 위한 협력, 어떻게…


교회가 배달 관련 업체와 함께 이웃 돌봄 사역을 하려면 먼저 돌봄 대상 가정을 선정해야 한다. 소그룹 모임을 통하거나 주민센터에 요청해 대상자를 찾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연결되는 긴급연락망 구축도 필수다. 교회 내선 번호와 구역 담당 사역자 휴대폰을 연결해 응답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유용하다.

시스템이 구축됐다면 인근 영업소에 문의해 배달과 안부 확인 동참을 의뢰한다. hy(한국야쿠르트) 측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활동 중이다. 교회-영업소 간 협력이 확정되면 교회가 세운 예산안에 따라 정기배송 인원을 요청한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는 “정기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해 ‘생명 안전망’을 촘촘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수혜자의 자존감이 훼손되지 않도록 취지를 잘 설명하고 상호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효과적인 반찬 배달 사역을 하려면 교회가 복지단체로 등록하는 게 낫다. 사역에 필요한 반찬 업체와 직접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영 서윤경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