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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유전자 조작 모기

고승욱 논설위원


모기는 치명적이다. 통계 데이터 전문 독일 기업 스태티스타는 올해도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 1위에 모기를 올렸다. 모기에 물린 뒤 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황열병, 뇌염 등을 앓은 사람이 7억여명이고 사망자는 100만명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악어에 물려 죽는 사람을 매년 1000여명으로 추산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에 물려 광견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매년 3만5000명이라고 발표했으니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모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말라리아는 심각하다. 노벨 의학상을 받은 영국의 로널드 로스는 1897년 모기의 위에서 말라리아 병원균을 발견했다. 126년이 지났지만 인류의 고통은 여전하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에 따르면 2021년 2억41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62만7000명이 숨졌다. 문제는 매개체인 모기다. 손톱보다 작지만 피를 빨 수만 있다면 시베리아와 남극을 가리지 않고 번성하는 모기의 생존력을 이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인류는 마침내 최후의 무기 개발에 나섰다. 암컷이 부화되지 않는 알을 낳도록 수컷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하지만 번식을 못하는 개체는 곧 사라지므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이마저 해결됐다. 그냥 불임 모기가 아니라 불임을 만드는 유전자 조작 가위를 넣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나온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이 기술로 모든 실험 대상 모기를 8세대 만에 불임으로 만들었다. 이론적으로 모기 멸종이 가능하게 됐다.

남은 문제는 이 기술을 실제로 사용해도 좋은지다. 유전자조작식품(GMO)처럼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에콰도르 정부가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갈라파고스 제도에 불임 모기 10만 마리를 풀어놓기로 했다. 드디어 유전자 조작 모기가 실험실에서 나와 지구 생태계에 진입했다. 정말 괜찮을까.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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