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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투병 할아버지에게 간 60% 떼준 신학대생 손자 “할아버지처럼 자랑스러운 목회자 되고 싶어”

은퇴 목회자 손자인 김계명씨
할아버지 만류에도 이식 강행

김계명(왼쪽)씨가 12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휴게실에서 자신의 간을 공여한 할아버지 김영호 목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계명씨 제공

은퇴 목회자인 김영호(67) 목사는 3년 전 간 질환 악화로 강단에서 내려와야 했다. 30년 전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이어졌는데 치료 도중 암을 발견했다. 2018년 1차로 암수술을 했는데 재발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간암 재발 판정을 받으면서 의사로부터 ‘이식’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간이식 적격자를 찾아보니 손자인 김계명(22·총신대 신학과 2학년)씨 한 명이었다. 슬하의 두 아들은 모두 B형 간염 보균자였고 김계명씨를 제외한 손주 셋은 10대였다. 김 목사는 이식을 만류했지만 손자 김씨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였다. ‘할아버지가 안 계셨으면 나도 이 땅에 없었다. 이식 적합 검사 결과만 잘 나오면 이식해드릴 거다.’

휴학계를 낸 김씨는 지난 3일 오전 7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간 60%를 할아버지를 위해 도려냈다. 경과는 좋다. 13일 퇴원을 앞둔 김 목사는 지난 6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병실을 옮겼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진홍 교수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혜자와 기증자 두 분 모두 아무 탈 없이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호 환자는 깨어나자마자 손자의 안위를 의료진에 물어볼 정도로 각별한 정을 보여줬다”고 귀띔했다.

계명씨에게 할아버지는 각별하다. 생후 얼마 안 돼 부모가 이혼한 빈자리엔 조부모가 있었다. 그는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 나들이 때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서 팔짱 끼고 다녔던 기억이 선해요. 항상 함께해주신 할아버지 덕에 엄마의 빈자리는 거의 못 느꼈어요. 주변 사람들이 막둥이냐는 얘기도 했던 걸요.”

그는 할아버지 같은 목회자가 되길 바란다. 전북 부안의 작은 개척교회 목사였던 할아버지를 보면서 목회자의 꿈을 키웠다. “할아버지는 고민하는 목회자였어요. 매사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더 기쁘게 할 수 있을까’라며 제게 묻곤 하셨죠. 한 영혼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셨고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어요. 저도 할아버지 같은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교회 가도 상관없어요.”

학부 3학년을 앞둔 김씨는 동대학 신대원 진학을 계획 중이다. 김씨의 평량평균 학점은 4.26(4.5 만점). 조기 졸업 기준인 4.0(20학번 이후)을 웃도는 성적이다. 김씨는 “조기 졸업하고 곧장 신대원에 입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자의 간을 품은 김 목사도 계획이 있다. 손주의 신학 공부를 물심양면 지원할 생각이다. “손자가 준 생명입니다. 손자가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기도할 겁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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