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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MZ의 하소연

황인호 사회부 기자


지난해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국내 유수 기업인들이 모인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뜸 ‘꼰대력 테스트’를 꺼냈다. 43개 질문에 답하면 자신의 꼰대력을 측정할 수 있다. 1레벨부터 5레벨까지 있으며 8가지 꼰대 타입이 있다.

최 회장도 분명 해봤을 텐데 자신이 어떤 유형의 꼰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곳에 모인 기업가들에게 “꼰대로 낙인찍히지 말자”며 “한번 해보시라”고 권했다. 옆에 있던 한 기업인은 ‘난 아닐 거 같은데 하면서’도 테스트를 검색해 눌렀다.

기자도 해봤다. 아직 꼰대는 아니지 하면서도 내심 레벨이 높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레벨은 평균인 2. 속 보이는 전자두뇌형 꼰대였다. 세부 설명에 ‘너무 나인데’ 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이건 아닌데’ 하는 내용도 있었다. 어쨌건 재미는 있었고, 그렇게 기자도 꼰대력 테스트 전도사가 됐다.

사실 이런 종류의 테스트는 많다. 성격 테스트인 MBTI도 그중 하나다. 한때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MBTI가 뭐냐고 물었더랬다. 어색할 때 묻기 가장 좋은 최고의 질문이기도 했다. 쉽게 각인되는 효과도 있다. 그러다 공통점이라도 찾는 경우엔 뭔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받는다.

나를 어떤 하나의 말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 누군가를 한마디로 유추할 수 있다는 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다만 ‘과몰입’만 아니라면. 이런 유의 공통점 찾기에서 ‘과몰입’은 일반화의 오류를 부른다. ‘A=B’라는 로직에 걸리면 헤쳐 나올 수 없다. A는 B일 수도, C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마 이런 과몰입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그룹이 MZ일 것이다. 요즘 보면 모든 현상에 MZ를 연관 짓는다. 조금만 찾아봐도 MZ세대 특성을 정리한 콘텐츠가 많다. ‘직장에 충성하지 않는다’ ‘개인이 일보다 우선이다’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등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글들이 떠돈다.

그만큼 MZ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의 방증이겠으나 MZ는 이런 언급 자체가 싫다. MZ들은 MZ로 불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 ‘MZ는 이렇다’라는 말을 거부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MZ 관련 기사가 나오면 그들과 자신을 철저히 구분한다.

꼰대 종류도 다르고, 성격도 다양한데 MZ라고 다 같을까. 하물며 MZ는 20년에 걸쳐 묶여 있다. 또한 성격이나 꼰대력처럼 어느 정도 서로 수긍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MZ’라는 구분은 MZ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 간극이 너무나 크다. 취재 중 알게 된 한 20대 직장인은 “공통점이라고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것뿐”이라고 했다.

흔히들 말하는 MZ 가치관을 살펴보자. 수평, 자율, 공정이다. 어떤가. 사실 이건 MZ가 아닌 누구라도 중요하게 여길 가치들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현상에 집중한다. 20, 30대가 많으니 그게 MZ 목소리가 된 거다. 일례로 노동 이슈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언론을 비롯해 사람들은 해당 노조를 MZ 노조라고 부른다. 이 노조의 이름은 ‘새로고침’이다.

MZ에 대한 여러 떠도는 말처럼 정말 MZ들은 평생직장을 바라지 않을까? 회식을 싫어하고 사회성이 떨어질까? 이에 대한 한 기업 고위 인사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괜히 선입견만 가져다준다며 MZ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직장인이지만 젊은 직원들이 다니던 직장을 떠나는 게 MZ 특성 탓은 아닐 거라고 했다. 기업의 경직된 문화, 저임금일 경우가 높다고 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 시대 MZ세대 사회성 발달 연구 보고서만 봐도 대답은 “아니요”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사회성 점수는 X세대보다 높았다. MZ 탓은 넣어두는 게 좋겠다. 다만 이 글을 보고 MZ들은 또 내 얘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다.

황인호 사회부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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