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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메시아” 세뇌 후 성폭력… 사회적 약자 파고든다

JMS 사건으로 본 종교 빙자 성폭력
가해자, 피해자 콤플렉스 등 공략
엄정한 처벌·사회적 경각심 필요

사진=엑소더스 제공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은 2018년 만기출소 뒤에도 상습적인 준강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다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준강간 혐의는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 한 경우 적용된다. 사이비 종교집단 등에서 “내가 메시아”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 조작) 한 뒤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엄중한 처벌과 함께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는 2018년 2월~2021년 9월 모두 17차례 피해자 A씨를 준강간한 혐의 등으로 1심 법정에 서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신도들을 세뇌하고,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본다. 준강간은 술, 약물 등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교의 탈을 쓰고 맹신을 투입해 피해자를 심신상실 상태로 만든 뒤 성 욕구를 채우는 준강간 범행도 계속되고 있다.

정씨 사건 외에 가스라이팅 성범죄로는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씨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6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수년간 여신도 9명을 40여 차례 성폭행 및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어려서부터 이씨를 신적 존재로 여겨 반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복역 중이던 이씨는 지난 1월 건강상 이유로 검찰에서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됐다.

이 같은 성범죄에서 나이 어린 여성들이 집단생활에 길들어 가해자의 절대적 권위에 복종하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2021년에는 한 종교집단에서 본인을 메시아로 지칭했던 80대 교주 B씨가 상습준강간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피해자들은 부모를 따라 어릴 적부터 해당 사이비 단체에 나가거나 중·고등학교 자퇴 후 교단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B씨 권위에 절대복종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B씨 운영 업체에서 일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종속된 상태였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B씨의 성적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과 가족들이 지옥에 갈 수 있다는 맹신에 빠져 반항이 불가능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가 사회적 약자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면서 심리적 제압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개인의 콤플렉스 등을 공략해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심리적 지배 상태가 오래되면 성범죄 등 상황에서도 저항하는 힘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등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의 행태에 대한 예방 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적 지배 상태에서 일어난 피해는 당사자들이 동의해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적극적인 해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성원 양한주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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