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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참 안 팔리는 한국차… 다 이유가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렉서스 커넥트 투에서 공개된 RAV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토요타 제공

한때 ‘노재팬’(일본상품불매) 운동에 한국 시장 포기설까지 돌았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양국관계 개선 정세와 맞물려 국내에서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반면 국산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일본에서 예나 지금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 현대자동차는 일본에서 전기차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한국서 다시 전성기 맞는 일본차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DIA) 집계를 보면 지난달 국내에서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3개 자동차 브랜드 판매는 22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8.0% 뛰어올랐다. 혼다가 256대에서 161대로 95대(37.1%) 줄었지만 렉서스와 토요타가 각각 더 많은 870대(183.0%), 416대(149.1%) 늘면서 일본차 전체 판매가 급증했다. 일본 주요 완성차 브랜드인 닛산은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2020년 팬데믹 영향까지 겹치면서 한국 사업을 접고 떠났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 사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렉서스 커넥트 투에서 열린 한국토요타자동차 2023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일본차 3대 중 2대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였다. 혼자 1344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6381대) 벤츠(5519대) 아우디(2200대)에 이어 판매량 4위를 차지했다. 직전까지 볼보와 폭스바겐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자리다. 토요타는 695대로 포르쉐(1123대) 볼보(827대)에 이은 7위에 올랐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일본차는 하이브리드 차종을 중심으로 높은 연비와 내구성, 합리적인 가격 등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적인 친환경차 확대 추세와 함께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유가로 연료비 절감 수요가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 전통 강자인 일본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 시대, 더 주목받는 日하이브리드

각국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를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연비를 고려하는 운전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계열이 가장 무난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제한적인 주행거리, 충전 번거로움, 화재사고 및 오작동 우려 등으로 선택을 망설이는 소비자가 아직 많다.

토요타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를 모는 회사원 김모(44)씨는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쌀 땐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만족감이 더 높다”며 “프리우스를 몇 년째 몰고 있지만 센터 한번 안 갔을 정도로 튼튼해서 주변에도 자신있게 추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차를 바꾸게 되더라도 내연기관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아 그때는 렉서스나 토요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고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렉서스 New ES 300h. 렉서스 제공

지난달 렉서스의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인 ES 300h는 국내에서 967대가 팔리며 BMW 520(1310대)에 이어 2위를 거머줬다. 벤츠의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E 350 4MATIC(852대)보다 110여대 많이 팔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력”이라며 “그중에서도 ES 300h는 한국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라고 설명했다.

한국차가 손놓은 PHEV로 틈새 공략

일본차 브랜드들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더이상 내놓지 않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강화하며 과도기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PHEV는 가솔린을 사용하면서 전기로도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모는 40대 회사원 황모씨는 “SUV인데도 연비가 워낙 잘 나와서 만족스럽게 타고 있는데 여기에 전기까지 따로 충전해서 쓸 수 있는 PHEV 모델이라면 돈을 더 주더라도 충분히 살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타는 국산 소형 SUV가 PHEV인데 초창기 모델이라 (1회 완충 시) 전기 주행거리가 짧은데도 6개월 동안 기름값이 6만원밖에 안 나온다”며 “최근 나온 렉서스 PHEV는 주행거리가 몇 배가 길다고 하니 평일에 집과 회사를 오가는 정도는 전기만으로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렉서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NX 450h+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 렉서스 제공

렉서스 첫 PHEV 모델인 중형 SUV ‘NX 450h+’는 지난해 6월 국내 출시 후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모델을 포함한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NX’는 그해 7월 한국자동차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차’로 선정됐다. 올해는 지난달 말 출시한 토요타 RAV4 PHEV가 뒤따라 ‘이달의 차’로 뽑혔다.

이들 차량은 기존 PHEV 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전기 주행거리를 1회 완충 시 50~60㎞대로 크게 늘려 소비자 만족도를 한층 높였다. 가격이 같은 차급의 독일 등 유럽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 1000만~3000만원 낮고, 하이브리드 주행 시 연비가 우수하다는 점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서 유난히 작아지는 한국차

한국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한 일본차와 달리 한국차는 일본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상용차·법인차 포함) 25만8637대 중 현대차는 526대에 불과했다. 전체 46개 브랜드 중 24위였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인 지난해 5월 다시 열도에 발을 들였다. 일본 재공략에 앞세운 주무기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다. 일반 가솔린 모델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하이브리드 강국’에 내놓는 전략은 승산이 없는 만큼 일본 자동차업계가 소극적인 친환경 에너지 차량으로 현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코나 전기차 모델도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3일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간담회에서 아이오닉5(왼쪽)과 넥쏘가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아이오닉5는 지난해 말 일본에서 한국차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되며 주목받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현지에서 482대를 판매했다. 그해 1~4월 판매된 차는 현대차 일본법인용 차량이다.

“한국차, 비싼데 주차도 어려워”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떠나 한국차는 ‘크고 비싸다’는 점이 일본 소비자에게 구매 허들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차 선호도가 높은 일본은 도로폭이나 주차공간이 한국에 비해 좁은 편이다.

한 예로 일본의 기계식 주차장에 넣을 수 있는 차폭은 1800~2000㎜ 사이다. 아이오닉5는 차폭(전폭)이 1890㎜라 비교적 주차공간이 넓은 곳에 넣는다고 해도 문을 제대로 열고 나오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넥쏘 차폭도 1860㎜로 크게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차급을 경차, 소형차, 보통차로 구분하는 일본에서 경차와 소형차의 차폭은 각각 1480㎜, 1700㎜ 이하로 정해져 있다. 일부 구형 주차장은 전고 1790㎜, 전폭 1850㎜ 이하로 사실상 경차·소형차만 이용 가능하다.

시청자 의뢰를 받아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보는 일본 TV 프로그램에서 혼다 엔박스(N-BOX) 커스텀 차량을 골목이 좁은 주택가에 어렵게 주차하는 장면. 영상 하단에는 '위험합니다'라는 자막이 달려 있다. 해당 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큰 차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린다. 아이오닉5는 479만엔(약 4700만원), 넥쏘는 776만8300엔(약 7630만원)이다. 2020년 3월 혼다의 액세서리용품 제조사 혼다액세스가 자가용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0.5%가 가격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일본 완성차 내수시장의 특성’ 보고서에서 이호중 연구전략본부 책임연구원은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자동차세, 보험료, 주차료, 중량세(차량 무게에 따라 내는 세금) 및 차검(차량검사) 비용,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차급에 따른 유지비용 차이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세계 3위 車시장, 수입차엔 무덤

일본은 지난해 기준 현지 신차 판매량이 420만대로 중국(2686만대) 미국(1364만대)에 이어 인도(425만대)와 3위 자리를 다툴 정도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판매가 1977년 이후 45년 만의 최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인도에 밀려 4위에 그쳤지만 여전히 한국(166만대)의 2.5배 규모로 크다. 일본 인구가 약 1억2400만명으로 인도(14억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금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렇게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나라지만 국산차에 대한 충성도가 워낙 높은 탓에 외국 자동차업체들에는 장사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일본 내 수입차 점유율은 수년째 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새 차를 뽑는 소비자 중 95%는 국산차를 고집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소비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차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경차에 비해 큰 한국차를 구매할 경우 자동차세, 주차료, 차량검사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상대적으로 비싸 일본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명오 강창욱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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