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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미스매치·저출산 심화… 이민 수용 확대 검토 때 됐다

[스토리텔링 경제] 산업 현장 미충원 노동자 증가 일로


산업현장 곳곳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구인난뿐 아니라 청년층 구직난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 고착화로 인구절벽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미충원 일자리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선 별 효과 없는 인구 대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구직자들이 피하는 일자리를 사실상 채우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충원 인원 1년 새 5만명↑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일자리 미충원 인원(구인 중이지만 인력을 보충하지 못한 일자리)은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 9만명 안팎을 유지했던 전국의 미충원 인원은 2021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2021년 13만명을 돌파하더니 1년 새 5만명 넘게 늘었다.

자세히 뜯어보면 단순히 구직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원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연간 실업자 수는 미충원 인원보다 4배 이상 많은 83만3000명이었다. 구직자와 사업장 사이의 눈높이 차이가 빚은 ‘미스매치’가 미충원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미충원 사업장의 28.1%가 충원 실패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이 일치하지 않아서’를 꼽았다. 특별한 현장 경력이나 자격증 없이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1수준 사업장’에서는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 충원에 실패했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많았다.

미충원은 청년층이 기피하는 지방의 중소 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전체 미충원 인원의 93.7%가 30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미충원율을 보면 경남(18.8%) 제주(17.6%) 충남(17.5%) 등 지방자치단체가 순위권을 독식했다. 업종별로는 대표적인 청년 기피 업종인 제조업이 28.7%(5만8000명)의 미충원 인원이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가 메우는 산업 현장

구멍 난 현장을 채운 것은 외국에서 건너온 근로자들이었다. 올해 초 조선업계가 수주 물량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외국인 인력 허용 비율을 높이고 외국인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3D업종’인 건설업은 2021년 이미 전체 인력 수요의 8분의 1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외국인근로자들이 감당하는 상황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수년 내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5년간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만 15~64세 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70년 1737만명까지 감소하게 된다.


정부도 저출산 대책에 심혈을 기울여 2006년부터 28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쏟아부은 재정이 무색하게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소인 0.78명까지 떨어졌다. 인구절벽이 사실상 막을 수 없는 미래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방 소멸을 늦출 카드로 이민자 유입이 부각되는 이유다. 법무부가 지난해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신설 작업에 착수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미 이민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90일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130만2000명이었다. 이 중 84만3000명은 국내에서 일자리를 가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민 이슈를 대하는 일각의 시선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엿보인다. 저소득 근로자가 주를 이루는 이민자들이 늘면 저임금 일자리가 더 줄어들고 정부의 복지 재정까지 낭비된다는 논리도 있다. 이민자 유입이 필연적으로 불법체류와 치안 불안, 다문화로 인한 갈등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있다.

다양한 인재 유입이 관건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지역사회의 재정이나 노동구조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유입률이 상승할 때마다 지역 내 총생산은 증가했고, 지자체의 총인구와 경제활동인구도 나란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일자리를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근로자가 유입됐을 경우에는 재정자립도도 높아지고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이민자 유입이 전체 내국인 일자리 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연구는 건설업과 기능직을 중심으로 내국인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이 일부 감소했지만, 전체 일자리 수는 달라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결국 이민자 유입이 내국인의 숙련 고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다. 이민자 유입은 지역의 인구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이민자들은 주로 비수도권 중소도시에 정착하는데, 이민자가 늘더라도 내국인 인구가 감소하는 경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는 지역 인구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민이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막는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저소득 근로자 외 다양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내국인이 기피하는 지방의 산업현장에 들어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많지만 보다 다양한 층위의 인재를 유입시켜 이민의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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