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어디 없나요”… 공공의료원, 구인난 심화 ‘의료 공백’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연기
속초·강진·군산… 전국이 아우성
“지역공공의료 자체가 붕괴 위기”

대전 서구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대전시 제공

이달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문을 열 예정이던 대전시는 병원 개원을 5월 하순으로 미뤘다.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병원 건물 공사도 늦어진 탓이다.

특히 의료진 문제는 심각하다. 어린이재활병원 특성상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의사 구하기는 더 어렵다. 의사 3명을 모집할 예정이었던 재활의학과는 원장 포함 2명만 뽑았고, 1명씩 필요한 소아청소년과·소아치과는 아직도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대전시는 이에 따라 개원 후 6개월간 시 소속 공중보건의 3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원장으로 임명된 손민균 충남대병원 교수는 15일 “처우는 일반 병원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높지만, 장애어린이를 돌보는 것과 당직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 지원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동희 대전시 복지국장은 “의료풀 자체가 충분하지 못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지난해부터 21차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아직 전문의 채용을 못했다. 21번째 공고에 1명이 응시해 16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응급실은 올들어 전문의 5명 중 3명이 퇴사해 2월 한 달간 응급실을 주 4일만 운영했다. 의료원은 2차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기존보다 1억원 높인 4억원대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모집정원 3명 중 2명을 선발했다.

강원도 속초시 속초의료원 전경. 속초의료원 제공

각 지역 공공의료원의 ‘의사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면서 지역 의료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민들의 의료 복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의료원(기관)은 보건의료·재난 대응 등 민간의료기관이 하기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지자체 운영 의료기관이다.

전남 강진의료원은 1년 가까이 안과·신경과, 순천의료원은 정신과·신경외과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했다. 전북 군산의료원은 1명이던 안과 전공의가 그만 둔 이후 15개월째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경북 울릉군의료원은 전체 의료진 20명 중 17명을 공중보건의로 채우고 있다. 제주도도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민관협력의원 운영 의료진 모집이 무산되면서 개원이 늦춰지게 됐다.

공공의료원 의료진 수급 문제는 수도권과 대도시권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경기도의료원 소속 의정부병원은 올해 각각 5차례, 6차례씩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 채용 공고를 냈지만 구하지 못했다. 포천병원은 2차례 재활의학과장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다. 부산의료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이 정원이지만 올해 초부터 2명이 근무 중이다. 현재 다른 과 전문의 지원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다.

공공의료원의 의료진 구인난은 결국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의료원은 정원 1명인 신장내과 의사가 지난해 초 그만둔 이후 후임을 구하지 못해 인공신장실 운영을 멈췄다. 1주일에 2~3번씩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받던 환자 80여명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대구의료원은 20개 진료과 중 재활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순환기내과와 감염내과의 진료과장을 구하지 못해 휴진 상태다. 경북 안동의료원도 소아청소년과와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등에 전문의가 없다. 신장내과 전문의도 공석이어서 인공신장실을 운영하지 못한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은 열달 째 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했다. 연봉 3억6000만원에 3번째 채용공고를 냈으나 채용하지 못해 주민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년 5월 군립의료원 개원을 앞둔 충북 단양군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구인을 서두르고 있다. 올 10월쯤 일찌감치 모집 공고를 내 전문의를 확보하고, 외부 의료기관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코로나19 때는 공공의료기관 부족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제는 전문의 부족으로 공공의료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 공공임상교수제를 도입하거나 해외에서 의사를 수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전국종합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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