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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은, 시추 중단된 호주 가스전에 공적자금 3270억 대출

인출 첫 사례 … 1400억은 이미 집행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이 시추가 중단된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바로사 가스전)’사업에 3270억원의 대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400억원은 이미 집행됐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산은이 참여한 것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적금융기관 중 바로사 가스전 관련 금융 계약 후 실제 인출까지 이어진 첫 사례이기도 하다. 산은의 대출금이 들어간 생산 기반 시설은 2021년부터 건조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가스전 사업의 일부 인허가가 무효화되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적금융기관이 투자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21년 8월 31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입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사업 관련해 글로벌 해운 기업 BW오프쇼어 컨소시엄과 대출 기간 14년, 금액 2억5000만 달러(약 3270억원) 규모 대출 계약 체결했다. FPSO는 가스 생산과 정제가 이뤄지는 초대형 선박 구조물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부 티모르 해역에서 진행 중인 해상 가스전 사업이다. 생산된 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정제를 위해 육상에 위치한 다윈항으로 옮겨진 뒤 액화 처리를 거쳐 수출될 예정이다. SK E&S는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포집 후 LNG를 수입해 수소 생산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36억 달러(4조7000억원) 규모인 이 사업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 SK E&S가 주도하고 있다.

SK E&S는 투자 과정에서 산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 수출입은행(수은) 등 공적금융기관에 대출 및 보증 지원을 받았다. 산은의 대출금 3270억원은 이 사업의 핵심 설비인 FPSO 건조를 위해 마련됐다.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FPSO 건조 사업 대주단은 모두 11억5000만 달러(1조5000억원)의 대출금을 마련했는데 산은의 대출 규모는 전체의 20%에 달한다. 산은은 대출 계약 금액 중 1400억원을 실제로 집행했다.


그러나 가스전 사업의 일부 인허가가 취소되는 변수가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가스전과 육상 시설이 있는 다윈항 부근 원주민들이 자신들과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가스전 시추 공사 인허가가 이뤄졌다며 시추 인허가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호주 법원이 원주민 손을 들어주며 시추가 중단됐고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이 결정이 유지됐다. SK E&S 등 사업주는 원주민과 협상을 재개하고 관련 인허가 재취득을 추진 중이지만 시추 재개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가스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 이미 FPSO 건조를 위해 대출을 내준 산업은행은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선박금융 사업에서 수익은 건조된 FPSO의 용선료(선박 임대료)에서 나온다. 사업주가 FPSO를 빌려 가스전 사업을 진행해야 임대료가 나오는데 FPSO가 가동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자금 회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언제 이뤄질지, 전액 회수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산은의 사업 리스크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을 포함한 공적금융기관들은 인허가 리스크가 알려진 상황에서도 금융 지원을 강행했다. 2021년 8월 말 산은이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 3~4개월 전부터 호주에선 원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진 바 있다. 무보와 수은 역시 각각 4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약을 맺었고 인허가 무효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금융 계약을 연장했다. 특히 무보는 2021년 말 투자를 승인하는 회의에서 원주민과의 소통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사업자가 제공한 자료만 검토한 뒤 보증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3개 기관 중 실제 대출이 이뤄진 곳은 아직까지 산은뿐이다.

강 의원은 “해외 투자의 경우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에 다방면에 걸친 위험요소 파악을 전제로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며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공적 금융기관들이 어떤 경로로 왜 들어갔는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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