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리스크에 美 침체 확률 35%로 높아져… 살얼음판 금융시장

무디스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
‘휘청’ 크레디트스위스 변동성 키워
70조 대출해 유동성 강화하기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로고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니터에 표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 시스템 위기가 전이되면서 주요국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은행 리스크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세계 3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은행 리스크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35%로 상향했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은행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향후 1년간의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35%로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5%였던 침체 확률을 이같이 올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도 “미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은 1~2%겠지만, 2·3분기에는 0~1% 성장률에 그치고 경우에 따라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 CNBC방송이 전했다.

CNBC는 “채권 금리 하락과 원유·주가 급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 와중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성장률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뉴욕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0.16% 치솟았다. 장중 한때 29% 가까이 오르기까지 했다.

이날 증시 변동성을 크게 만든 것은 글로벌 메이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 폭락이었다.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S의 최대 주주로 ‘돈줄’ 역할을 했던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스위스 금융 당국은 “필요한 경우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CS도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70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당국의 유동성 지원 발표가 나오자 30.8%까지 빠졌던 CS 주가는 24.24% 하락으로 낙폭을 만회했다.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하루 변동 폭이 47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일 5.08%까지 상승했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99%까지 하락했다.

신용평가사 S&P와 피치는 “예금 유출 위험이 크다”며 A- 상태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BB+, BB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10년 이상 이어진 ‘이지 머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규제 완화의 결과”라며 “SVB의 붕괴는 (금융 시스템의) 서서히 진행되는 위기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신창호 선임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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