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과 수법 같은데… 오피스텔왕·상가왕 규정은 없어

전세사기 여진에 피해자 속출

자격시험 없이 아무나 할 수 있고
30세대 이상 주택에만 법 적용 문제
아파트와 달리 시세 파악도 어려워

전세사기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분양대행업자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채 이상 주택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관리 규정은 있지만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을 분양하는 대행업자에 관한 규정은 없다. ‘빌라왕’뿐 아니라 ‘오피스텔왕’ 사기 사건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와 달리 신축 빌라, 오피스텔은 매매·전세 시세 파악이 어려워 전세사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지난해 자기자본 없이 1000채 넘는 빌라를 사들인 ‘빌라왕’도 이런 허점을 이용했다. 매매가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으로부터 받아내 분양대금을 지급했다.

일부 분양대행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주, 무자본 갭투자자와 공모해 세입자를 모집하고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 현재까지 빌라왕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된 분양대행업자와 중개인은 모두 16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분양대행업을 관리·감독하는 법규정은 허술하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분양대행업자의 업무와 교육 규정이 있다. 이에 따르면 분양대행업자는 주택공급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의 확인 및 관리, 입주자 자격의 확인 및 관리, 주택의 공급계약 체결에 관한 업무 등을 수행한다. 공인중개사와 유사한 역할이지만 분양대행업은 자격시험이 없다. 입주자 모집 1년 이내로 하루 8시간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분양대행 업무를 할 수 있다. 분양대행 교육의 관리·감독은 주택건설업자가 맡는다.

문제는 이런 허술한 규칙조차 주택법 적용 대상인 30세대 이상 주택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분양된 오피스텔만 해도 44만4341가구에 달한다. 고가의 부동산이 거래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기 어려운 셈이다.


이런 제도적 허점은 실제 전세사기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16일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의 전세피해지원센터 접수 사례 중 18%는 오피스텔이다. 다세대주택(60%)에 비하면 낮은 비중이지만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동산매매업, 부동산자문업, 부동산대행업과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분양대행업 등록제, 금지행위 및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관리를 위해 분양대행업 및 대행업자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적 정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 오피스텔, 휴양 관광호텔, 생활숙박시설 등의 분양과 분양대행 관련 사항이 포함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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