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상권 행사 한다면, 모든 문제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

강제징용 해법 ‘제3자 변제’ 재확인
尹 “2018년 판결, 정부 입장과 달라”
기시다 “尹, 강한 리더십 하에 조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양국 국무위원들이 나란히 배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을 포함해 85분간 진행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에 따라 발생하는 구상권을 일본 피고 기업에 청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은 ‘제3자 변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구상권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 해법인 제3자 변제 방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상권의 취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 정부는 (일본 피고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정부는 1965년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를 정부의 재정으로써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피고기업이 우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과, 또 정부의 1965년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 협정에 대해 해석해 온 일관된 태도와 이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기금에 의한 ‘제3자 변제안’을 판결 해법으로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구상권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 등을 지급하는 조치가 발표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취지를 감안해 (한국 정부가) 구상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 피고 기업 측에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어 “오늘도 몇 가지의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양국이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의 강제징용 관련 전향적인 사과 발언이 없었던 데 대해 “(기시다 총리가 과거) 총체적인 담화의 내용, 역사 인식에 관한 담화를 계승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사과는)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 50여 차례 사과를 한 바 있다”며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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