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한마당] 넷플릭스 전성시대

전석운 논설위원


“핏줄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니. 동사무소 가서 서류 한 장 떼면 너 어디 있는지 다 나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오는 대사다. 학교폭력 가해자 측의 돈을 받고 딸의 자퇴 서류를 조작한 주인공의 어머니가 뒤늦게 딸을 찾아와서 한 말이다. 법무부는 이 대사가 현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관련 법률의 개정으로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청하면 직계혈족이라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드라마에 대한 해명자료를 낸 건 이례적이다. 더 글로리의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하는 사례다. 이 드라마는 파트2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또다시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나는 신이다’는 JMS 등 사이비 종교집단의 폐해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데 공개 직후 유사 피해사례 폭로가 이어지는 등 파장이 거세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JMS 교주 정명석 사건의 공소유지팀을 보강했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은 MBC가 만들었지만 제작비를 댄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MBC가 한때 ‘드라마와 예능의 왕국’으로 불렸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넷플릭스 같은 OTT의 강세가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에 시청자를 빼앗긴 주요 케이블TV의 황금시간대 뉴스시청률이 급락했다. 지난해 CNN의 시청률은 1년 만에 33% 감소했고, MSNBC는 21% 줄었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국 미디어 시장이 넷플릭스에 지배당하면서 국내 OTT들은 생존 위기에 몰렸다. 한 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곳도 있다. 지난해 말 CJ계열 티빙이 KT의 시즌과 합병하면서 국내 OTT 중 시장점유율 1위(18.1%)에 올라섰지만 넷플릭스(38.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OTT들이 자생력을 갖고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날이 올까.

전석운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