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뉴스룸에서] 한강에 정말 르네상스가 올까요

강준구 사회2부 차장


해외 출장을 가면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인근 명소를 찾아가는 편이다. 새벽밖에 시간이 없으면 인근 공원이나 산의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낮에 시간이 난다면 벼룩시장이나 번화가 뒤편 뒷골목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보통 숙소는 이동 경로 등을 고려해 시내 복판에 잡는 게 일반적이다. 거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인근 명소를 찾아가는 길은 어느 나라든 대체로 어렵지 않다. 특히 1시간 이내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데,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면 인사하고 가끔 얘기를 나눈다. 호텔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관광지에 점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는 좀처럼 겪기 힘든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유럽을 방문해 취재 중이다. 방문지는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함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모두 강이나 만을 끼고 있는 도시이자 유명 관광지다. 이명박의 청계천을 넘어서는 오세훈의 한강을 17년 만에 재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일종의 쇼케이스다.

서울에 온 외국인 관광객 중 한강을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에 따르면 단 10%에 불과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민조차 한강에 관광하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도보 접근성이 좋지 않다. 차를 가지고 한강을 가느니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경기도 인근 관광지를 가는 게 이득이다. 가끔 자전거를 타거나, 잔디밭으로 소풍을 가거나, 간단한 산책을 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강에 나가 볼 이유가 있을까. 나라면 확실히 다른 곳을 찾을 것 같다. 외곽을 둘러싼 산줄기와 그 중심을 관통하는 큰 강이 있음에도 서울은 자연을 찾는 사람들에겐 정말이지 불편한 관광지다.

이런 면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 현재까지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가칭 ‘서울링’이다. 런던아이를 본뜬 대규모 관람차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들어선다. 인천 강화도에서 여의도를 거쳐 강남까지 조망할 수 있는 서울링은 일대에 우뚝 솟은 보기 드문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제2 세종문화회관도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가 낡은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만 한다기에 갸우뚱했는데, 아예 새로운 공연장을 지을 심산이었다.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를 찾은 것도 공연 수준을 높이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여기에 서울항과 삼표레미콘공장 부지의 고밀 복합개발, 수상버스·곤돌라 등 새 대중교통 도입으로 한강 서부 관문에서 강줄기를 따라 거점 문화·예술·관광지를 구축하는 마스터플랜이 바로 한강 르네상스 2.0이다.

문재인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단체 관광객이 끊기자 한류를 이용한 관광사업 확대를 위해 신남방정책을 추진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집권 3년 차쯤 중국 관광객의 빈자리를 7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했다. 산업생태계의 격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반도체만 믿고 살 수는 없다. K콘텐츠가 세계를 강타하는 지금 본격적인 관광산업과 서비스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강 일대 개발사업은 설득력이 있다.

걱정되는 면이 있다면 임기 내 불가역적으로 진도를 나가겠다는 시의 조급함이다. 오 시장은 과거 박원순 전 시장이 자신의 사업을 백지화시키는 걸 보며 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탓에 서울시 내부에서는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분위기 아래 온갖 개발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한강변 개발은 대부분 민간투자사업이어서 특혜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못부터 박다 보면 안전성이나 경제성 검증도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이게 정말 이렇게 쉽게 된다고?’ 싶은 사업이 많다. 냉정함을 되찾아야 할 때다.

더블린(아일랜드)=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