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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달란트 활용 학폭 막는 ‘하나의 씨앗’ 될래요”

‘학폭’ 방지 활동 나선 목회자 자녀 김다희 변호사

경기 광주하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다희 변호사. 김 변호사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지온 사무실에서 ‘학폭’ 대책 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최근 높은 관심을 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목회자의 자녀라면서 ‘학교 폭력(학폭)’에 가담한 것도 모자라 마약까지 중독된 인물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법무법인 지온 변호사 김다희(36)씨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전 총회장 김원광 목사의 장녀인 그는 2년 전부터 경기 광주하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학폭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집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학폭 대책 봉사는 기도 응답

8년 전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로 늘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김씨에게 동료 변호사가 제안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봉사는 하나님의 응답과도 같았다.

김씨는 “아버지뿐 아니라 할아버지께서는 늘 제가 법조인이 돼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길 원하셨다”며 “한마디로 학창시절부터 계속된 세뇌 교육의 결과였다”고 웃었다. 이어 “변호사가 된 후 숱한 소송 건을 처리하며 별다른 소명의식 없이 직업으로서 기계적으로 일 처리하는 제 모습에 아쉬움이 컸다. 자녀를 출산한 직후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학폭 관련 봉사 자리를 제안받았을 땐 그동안의 기도를 응답받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바쁜 업무 중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해야 하는 자리지만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기며 학폭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듬고자 했다.

김씨가 마주한 학폭의 현장은 ‘더 글로리’ 속 묘사 그 이상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가해 학생이 미용제품인 ‘고데기’ 온도를 확인한다며 뜨겁게 달궈진 고데기로 피해 학생의 팔을 지지는 장면 등이 나온다. 김씨는 “비밀 유지 의무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과연 정말 아이들이 저지른 일인가 싶을 정도로 드라마보다 더 잔인한 일들이 학교 현장에선 일어나고 있다.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학폭 피해, 빠른 신고가 최선

김씨는 학폭을 당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학교 선생님이나 학폭 신고센터 전화(117번) 혹은 경찰서 등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피해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며 “마음이 어렵더라도 간단한 메모로라도 피해 사실을 적어놓거나,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보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도 직접 가해 학생을 찾아가 위협을 가하면 아동학대로 오히려 역고소당할 수 있으니 학교 등에 신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씨는 또 ‘더 글로리’처럼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의 소중한 시간이 복수로 채워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이어 “피해자의 치유만큼 중요한 것이 가해 학생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미성년인 가해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기보다는 그들이 잘못을 뉘우치도록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 살배기 딸까지 6대째 신앙을 이어오고 있는 김씨에게 부친인 김 목사가 늘 강조했던 가치관과 신앙관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씨는 “아버지께선 늘 예수를 잘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모든 문제는 예수를 잘 믿지 않기 때문이니 믿음 안에서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이라 말씀하셨다”고 했다.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독서와 기도로 설교와 예배를 준비하며 솔선수범했던 부친 김 목사의 삶은 김씨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됐다.

‘신행 일치’ 신앙인 되고파

목회자 자녀를 향한 세간의 기대와 시선이 부담될 때도 있었을 터. 김씨는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할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작더라도 믿음의 실천을 보여주는 신앙인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목회자의 자녀란 이유만으로 많은 성도들의 기도 응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는 김씨는 최근 들어 받은 사랑을 한국교회와 사회에 흘려보내고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진로 특강에 나서며 ‘멘토’가 되어주는가 하면 주일 학교 등 교회에서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한국교회는 학폭 문제에 어떤 시각을 갖고 대처해야 할까. 김씨는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 강도 만난 이웃을 도운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한국교회가 학폭 피해자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주일학교라는 교육기관이 있지 않은가. 교회가 먼저 기독 학생들에게 예수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법 등을 제대로 교육한다면 학폭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며 “자녀들이 세상의 가치관에 휘둘려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올바른 성경적 가르침을 전수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피해 학생은 보호하고, 가해 학생은 반성하도록 도와 모든 아이가 최대한 덜 상처받고 재기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며 “제가 가진 지식을 교회와 학교 현장에 퍼뜨려 마치 하나의 ‘씨앗’처럼 학폭을 예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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