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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내 몸 볼래?’ 음란사진… 막 가는 10대 채팅앱

나이 속여 입장해 음란 채팅 유도
대화방 모니터링 어려운 점 악용


지난 16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인 A양(12)은 10대들이 많이 쓴다는 한 랜덤채팅앱을 깔았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학교·동네 친구 만들기, 성인 이용 불가’라는 설명과 함께 10대 전용이라고 홍보하는 앱이었다.

A양이 이 앱 회원으로 가입하자마자 38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대방은 대뜸 “내가 변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무슨 의미인지 묻자 “야한 걸 좋아하는 것”이라 답하더니 “성교육을 받아본 적 있냐”는 어이없는 질문도 던졌다. 당황한 A양이 “그런 건 잘 모른다”고 하자 다짜고짜 본인의 신체 일부분을 찍어 보냈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12월 랜덤채팅앱을 성인 인증 가입이 의무인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했다. 성매매 등 불건전 만남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원관리나 신고, 대화저장 기능이 있는 경우에는 청소년유해매체에서 제외된다. A양이 사용한 앱 역시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이유로 12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부적절한 말이나 사진을 받을 경우 대화를 저장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면 청소년유해매체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19일 확인했을 때도 ‘노예 여중생 구함’ ‘변녀 구함’ 등 음란 채팅을 유도하는 대화방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앱 리뷰 코너에도 음란 메시지들에 대한 분노와 차단 호소가 이어졌다. 10대용 채팅앱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오히려 아동·청소년들의 성범죄 노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화방 전체 모니터링은 쉽지 않다. 여가부는 4개월마다 모니터링하지만 해당 3가지 기준을 충족했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실상 앱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운영 주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다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니터링 주체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심의할 수 없고 채팅방 입장명에 성매매, 마약이나 조건만남을 뜻하는 은어 등에 대해서만 모니터링을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인증이 허술한 점도 문제다. A양이 가입했던 앱은 휴대전화 번호인증을 거치지만, 성인이 인증을 한 후 자신의 나이를 10대로 소개할 수 있다. 미성년자에게 또래처럼 접근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앱 내에서 부적절한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미디어 기업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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