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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공들인 기회의 땅… 주요 신사업 ‘러브콜’

[위기의 K-경제 재도약 조건] ⑥ ‘제2 중동붐’ 돌파구 찾는 건설업

사우디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 현대건설 제공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국내에서 고전하는 한국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건설에 가장 큰 시장인 중동에서 30년 넘게 다져온 입지를 바탕으로 주요 인프라 공사 수주와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왜 중동인가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은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13조9824억 달러(1경8310조원)로 지난해 대비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6개 지역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곳이 중동(14.4%)이다. 예상 성장률 2, 3위인 아프리카(8.2%)와 중남미(7.4%)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혼자 10%를 훌쩍 넘겼다.

다른 지역 경제는 고유가 지속으로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지만 오일머니로 먹고사는 중동은 재정 여건이 대폭 개선됐다. 그 덕에 투자가 늘면서 현지 건설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해외건설협회는 ‘2023 글로벌 건설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중동 주요 발주처 수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가 폭락 시기인 2020년 2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됐다”며 “높아진 수익은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은 한국 건설사들이 오랜 사업으로 입지를 다져온 시장이다. 한국은 2021년 중동 건설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13.6%를 차지하며 중국(40.0%)에 이은 2위를 유지했다. 이어 터키 11.4%, 이태리 9.0%, 인도 8.6% 순이었다.


지난해 국내 319개 기업은 해외 97개국 건설시장에서 580건 309억8100만 달러(40조5700억원)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29.1%를 90억2100만 달러를 중동에서 따냈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동에서 쌓아 올린 건설 수주는 4709억4300만 달러로 해외 전체 9305억1600만 달러의 50.6%다. 2위 지역 아시아 3042억2100만 달러와도 큰 차이다.

공들이는 건설사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사업을 수주했다. 고속·화물 철도용 지하터널을 뚫는 공사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해 9월 현지 항만청으로부터 슈웨이크 항만 추가 건설 및 개보수 공사에 대한 낙찰통지서 접수해 곧 착공에 돌입한다. 기존 슈웨이크 항만 약 1.3㎞ 구간을 개선·확장하는 공사로 1억6000만 달러(2095억원) 규모다.

이밖에도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공사, 사우디 마잔 오일처리 시설 신설 및 확장, 사우디 마잔 가스처리 공장 부대시설, 알제리 우마쉐 1300㎿ 복합화력발전소 등을 2019~2021년 착공해 현재 공사 중이다.

사우디는 한국에 가장 큰 해외 건설시장이다. 1990~2022년 해외 수주액 중 가장 많은 1561억6600달러(204조4130억원, 16.8%)를 사우디에서 벌어들였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약 1조3700억 달러(1794조원)를 신도시와 관광·산업단지 조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5000억 달러를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 등을 개발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쏟아붓는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대규모 신항만 건설공사에 참여하며 이라크를 자사의 대표 거점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알포 방파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곳 항만사업에서만 모두 9건 약 37억8000만 달러(4조9500억원)를 수주했다. 김진우 현장소장은 “쉽고 간단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통상 경쟁 입찰을 하는 국제 건설시장에서 수의계약으로 수주한다는 건 발주처와의 신뢰관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달 리비아 전력청이 발주한 멜리타·미수라타 패스트트랙발전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리비아 멜리타 및 미수라타 지역에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7억9000만 달러(1조350억원) 규모 공사다.

쌍용건설은 1997년 두바이 첫 진출 후 현재까지 12건 27억 달러(3조5360억원)어치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2월 말 준공한 특급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을 발판으로 두바이와 인근지역 고급건축 시장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사우디에서도 신규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리야드 중북부에 여의도 16배 규모(16만㎢)로 공원과 호텔, 박물관 등을 조성하는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가 쌍용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CEO였던 인연으로 쌍용건설의 참여를 적극 구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서 미래 먹거리 발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8월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발전용량 875㎿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단독으로 EPC(설계·조달·시공)를 수행한다. 약 8000억원어치 공사로 사업부지에 달리는 태양광 패널만 약 160만개다.

친환경 사업을 가속화 중인 삼성물산은 신재생 사업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 중이다. UAE에서는 키자드 산업단지에 연간 20만t 규모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 플랜트를 세우는 사업에 착수했다. 사우디와도 2021년 10월부터 그린수소, 모듈러, 인프라 사업 등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1월에는 삼성물산-포스코-사우디국부펀드(PIF) 3자간 양해각서를, 11월에는 한국전력-석유공사-남부발전까지 포함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을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에는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사우디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PIF와 맺은 기존 협약을 구체화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수처리업체 GS이니마를 통해 예상 매출 2조4000억원 규모의 오만 해수 담수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GS이니마가 단독으로 EPC와 운영권 100%를 가진다. 내년 2분기부터 20년간 운영을 맡는다.

GS이니마는 무스카트 해변 지역에 하루 30만㎥ 규모의 역삼투압(RO) 방식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짓는 알 구브라 3단계 사업도 준비 중이다. 예상 매출은 약 1조7000억원이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부문 대표는 “오만 바르카 프로젝트 본격화는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으로 그 기술력을 확대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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