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치 수주 쌓였는데 배 못 만들어… 조선업 인력난 해법 없나

2010년대 불황 이후 근로자 급감
3300명 긴급 수혈에도 인력 부족
전문가 “처우 개선·기계화 나서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 인력난이 발목을 잡는다. 호황의 초입에 들어선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기적 안목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 수주를 대거 따냈다. 지난 1년에 확보한 수주량만 1627만CGT(표준선 환산톤수)에 달한다. 수주액은 45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주잔량은 3750만CGT로 3.4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선주가 지금 선박을 발주하면, 빨라야 오는 2026년 하반기에나 인도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도 ‘수주 잭팟’은 잇따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달에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14만CGT 가운데 156만CGT를 확보했다. 전체 수주량의 74%에 이르는 규모다. 2위 중국(21만CGT), 3위 일본(20만CGT)의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2010년대 조선업 불황기를 거치면서 근로자 수가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말에 20만34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조선업 근로자 수는 2015년(20만2600여명)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9만7400명으로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9만5000여명이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내 협력회사 위주로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8년 새 생산기능직 8만여명이 조선소를 떠났다. 조선소 주변에 터를 잡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전국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들은 경기 평택시 삼성 반도체 공장,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공장,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 등으로 옮겨갔다. 이곳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조선소에서 일할 때보다 평균 30~40% 높다고 한다.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와 조선사들은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 인력을 투입하고, 여성과 은퇴한 숙련공을 다시 불러내는 등 3300명을 긴급 수혈했다. 하지만 현장 필요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조선업 기능직은 연말까지 최대 1만4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연간 달성할 수 있는 매출의 절반 정도만 독(dock)을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수주 물량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매출 성장세가 더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임금 등 처우 개선, 이미지 개선, 전문인력 양성, 기계화(스마트화)를 꼽는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처우 개선과 함께 조선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인력을 착실히 키워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뿐 아니라 반도체 플랜트, 건설현장 등을 포함해 생산인력 종합대책과 외국인 인력 육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조선소 현장의 기계화로 인력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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