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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어그러진 시진핑 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회담 상대 푸틴, 전범 체포영장
국제형사재판소 “아동납치 혐의”
백악관 “당장 휴전 반대한다”
우크라 전쟁 중재자 역할 찬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회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을 방문한 모습. AFP·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러시아로 떠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회담 상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인으로 지목됐고, 평화회담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은 “당장의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국 역할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ICC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그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들을 불법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최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 “진행 중인 특정 사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지만, 아동 불법이주 행위가 지금도 계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 발부 사실과 혐의 등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ICC의 성명은 공교롭게도 중국 외교부가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처음 국가주석 3연임을 하게 된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의 물꼬를 트고 존재감을 내보이려 했지만 출발 전부터 스텝이 꼬였다. 중국 외교부가 ‘평화의여정’이라고 강조한 방러 일정은 전범으로 낙인찍힌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반전됐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ICC의 관할권 밖이며 어떤 결정도 자국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ICC 법정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9일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 도착해 시내 재건과 관련한 상황을 보고받았다.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어린이들’이라는 표식이 있는 극장에 폭격을 가하는 등 참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던 지역이다. 푸틴이 이곳을 찾은 건 ICC와 국제사회에 대한 조롱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푸틴의 점령지 방문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 중재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러시아에 이익이 될 뿐인 회담에서 중국이 할 것으로 보이는 휴전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어 “지금 휴전하는 건 사실상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승인”이라며 “러시아는 휴전을 활용해 군대를 재정비하고 그들이 선택한 시기에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결에 근거하지 않는 회담은 평화회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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