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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1회에 1억’ SMA 성인환자, 급여 중단 통보에 날벼락

척수성 근위축증은 온몸의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퇴행성질환으로, 나중엔 거동이 힘들게 돼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최근 성인 환자들에서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 탈락 사례가 잇따르면서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pexels 제공

5년째 건보혜택 ‘스핀라자’ 치료제
급여기준 부합한데도 탈락 속출
“평가도구의 한계” 지적도 제기
“개선효과 미미한 환자 솎아내나”

희귀 신경근육 퇴행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A씨(39·여)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2019년부터 첫 SMA 치료제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혜택을 별문제 없이 받아왔는데, 5년 차인 올해 13번째 투여를 앞두고 갑자기 급여 중단 소식을 접한 것이다. 스핀라자는 1회 주삿값만 9200여만원으로, 1년에 필요한 3회 투여 비용이 2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급여 유지로 연간 580만원 정도만 부담했는데, 앞으로 혜택이 사라지면 한차례 투여에 1억원 가까운 약값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A씨는 20일 “약 투여 전에는 혼자서 앉을 수도 없었는데 스스로 앉게 됐고, 앉아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는 등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의료진의 운동기능 평가 점수에서 투여 전 0점에서 투여 1년차에 1점으로 상승했고 투여 2년차에 다시 2점으로 올라 계속 유지해 오던 상황이었다. 그는 “‘운동기능의 개선 혹은 유지 2회 연속 입증’이라는 급여 기준에 부합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통보받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담당 의사도 “점수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유지하고 있는데, 왜 급여 탈락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달 말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직장생활(재택 상담)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 것이 뻔해 앞길이 막막할 따름이다. 그는 “이의 신청 결과를 보고 심평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나아가 법적 소송까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반기부터 최근까지 A씨와 비슷한 처지의 ‘급여 탈락’ 성인 SMA 환자 사례가 속출하면서 그들의 고충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스핀라자는 SMA의 원인인 ‘SMN 단백질’의 양을 보충해 운동 기능을 보존·개선하는 최초의 치료제다. 그간 물리·재활치료밖에 할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다. 국내 SMA 환자는 2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스핀라자는 고액의 약제인 만큼 건보재정을 고려해 심평원의 사전승인 심사 및 사후평가로 급여 적용과 계속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4개월에 한 번씩 새로 투여할 때마다 운동기능을 평가하고 직전 평가 점수와 비교해 상태 유지 또는 개선됐음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면 급여에서 탈락한다.

2019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스핀라자 유지 용량 투여 신청 1213건 가운데 불승인돼 중도에 급여가 중단된 사례는 31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건이 지난 1년간 발생했다.

환자들은 심평원의 심사 잣대가 까다롭긴 해도 대외적으로 공개된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급여 탈락하는 것에 대해선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회 연속 운동기능 유지 혹은 개선’ 급여 기준에 맞는데도 석연찮은 이유로 중도 탈락한 사례 4건이 환우회에 접수돼 큰 반발을 사고 있다.

B씨(26·여) 역시 스핀라자 투여로 운동기능 평가 점수를 0점에서 2점으로 개선 후 유지하는 중에 갑작스레 급여 중단 통보를 받고 이의신청까지 했으나 기각당했다. B씨는 “스핀라자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심평원이 요구한 운동기능 확인을 위한 동영상까지 제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C씨(42)도 운동기능 점수 3점 이상 유지했음에도 급여 투여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그는 “제출한 동영상에서 한쪽 팔이 바닥에 닿는 것을 보고 혼자 지탱해 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한데, 척추측만증 때문에 허리가 휘어서 어쩔 수 없이 앉을 때 팔이 닿는다”고 했다. SMA환우회 문종민 대표는 “최근 이런 이해하기 힘든 급여 중단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신에게도 닥치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학술교육위원장인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수는 “SMA는 퇴행성 질환이라 그냥 놔두면 자꾸 나빠진다. 운동기능 점수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더 악화하지 않고 유지만 돼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런 미세한 부분이 사후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SMA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영유아(만 3세 미만)의 스핀라자 급여 기준에는 대부분 전문가의 이견이 없으나 만 3세 이후 특히, 청소년과 성인 환자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행 운동기능 평가도구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심평원은 평가도구로 영유아의 경우 ‘HINE-2’, 청소년·성인은 ‘HFMSE’의 두 가지만 활용하고 있다. 신 교수는 “성인은 몸통이나 사지의 큰 관절 구축(굳음)이 이미 진행돼서 몸통 같은 큰 근육의 운동기능 위주로 평가하는 HFMSE를 적용할 경우 점수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HFMSE는 스스로 앉아있을 수 없는 환자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평가도구이기 때문에 2년 전부터 두 가지 외에 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른 방법들의 도입을 심평원에 제안해 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스핀라자 급여 대상 확대와 고가의 SMA 후속 치료제의 급여화로 인한 ‘건보 재정의 한정된 파이’ 때문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평생 한 번 주사에 20억원에 달하는 졸겐스마가 건보 적용을 받았고 또 다른 먹는 치료제(에브리스디)가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다.

환우회 측은 “SMA 치료에 들어가는 건보재정을 정해 놓고, 추가 급여로 재정 부담이 커지자 기존 급여를 받는 환자 중 개선 효과가 미미한 이들을 의도적으로 솎아내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운동기능 평가뿐 아니라 다른 의학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 유지와 중단을 결정한다”며 “좀 더 세심히 살펴 ‘억울한 탈락’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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