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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MBTI… 이단, 청년 관심사로 접근해 교묘히 공략

<13> 이단예방 지침서

가면을 손으로 들고 있는 이미지. 이단·사이비 종교는 처음에는 ‘심리검사’ ‘설문조사’ 등을 내세우면서 가면을 쓴 채 접근한다. 결국에는 자신들의 허황된 교리를 은밀하게 심으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픽사베이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이단·사이비 단체에도 다음세대는 ‘황금어장’이다. 이들은 ‘시한부 종말론’을 앞세워 현실 도피처와 헛된 이상향을 제공하거나 세상과는 다른 따뜻한 공동체인 것처럼 속여 청년들의 소외감을 악용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미디어 등에 나타나는 기득권 세력의 비위로 인한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이단·사이비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교회에 이른바 ‘MZ들을 위한 이단예방 지침서’가 절실한 때다.

패배감 빠진 청년에 ‘상담’으로 유혹

이단·사이비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사람이 ‘심리’ 얘기를 꺼낸다면 무조건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김서연(가명·26)씨는 최근 수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연남동에서 진행한 꽃 선물 이벤트에 당첨돼 연락드렸다’고 했다. 수상한 생각에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프리지어 꽃으로 만든 향수’라는 얘기에 과거 연남동에서 친구에게 받은 프리지어 꽃이 떠올랐다. 그 친구가 실제로 이벤트에 응모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김씨는 믿어보기로 했다. 업체도 ‘이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집요하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겠다는 업체 측의 말에 약속을 잡고 나간 자리에는 남녀 한 쌍이 나와 있었다. 김씨는 그들의 첫인상을 두고 “누가 봐도 호감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도 같이 인터뷰해도 되느냐는 그들에게 김씨가 “괜찮다”고 대답하자마자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심리’ 책자를 손에 든 여성이 생글생글 웃으며 테이블에 합석했다. 김씨는 ‘또 사이비구나’라는 생각에 다 같이 심리 검사를 해보자는 그녀를 뒤로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씨는 “대형교회에 침투한 신천지가 당시 교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던 친구에게 접근했다”며 “절친했던 그 친구가 신천지에 빠진 뒤부터 유독 이단의 접근이 잦아졌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이단들은 ‘본론’으로 직행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접근해 포교하는 이른바 ‘모략 포교’ 수법을 주로 쓴다. 그 수단도 점점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MZ세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공략해 접근한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와 개인의 피부색에 어울리는 옷 색깔 등을 추천해주는 ‘퍼스널 컬러’ 등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관련 주제만 이야기하다 점차 종교 분야로 넘어가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바이블백신센터장 양형주 대전도안교회 목사는 20일 “요즘 세대는 주로 직업(Job) 자아(Me) 연애(Sex), 이른바 J.M.S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스스로 무가치하다 느끼며 패배감에 빠진 청년에게 이단들은 상담을 핑계로 다가간다”며 “성격유형검사 등으로 자기 속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이단 신도들과 심리적 라포르(신뢰·친밀감)가 형성돼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신앙 공동체가 약해진 탓에 이들을 견제할 장치가 많이 없어진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대학 캠퍼스 ‘신천지’ 활동 최대 위협

현대종교(소장 탁지원)가 2020년 조사한 ‘캠퍼스 이단 현황’에 따르면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이단 단체 가운데 가장 활발한 곳은 신천지였다. 116개 대학 중 84%에 달하는 학교에서 활동 중이었다. 이어 기쁜소식선교회의 IYF(60%), 하나님의교회(56%) 등이 뒤를 이었다. 신천지는 주로 감정 세미나, 마음 세미나, 설문조사 등으로 접근한다. IYF는 주로 봉사 단체임을 내세우거나 영어말하기대회 등을 열고, 잡지 ‘투머로우’나 ‘마음수련’이란 제목의 포스터를 배포하기도 한다. “‘어머니 하나님’을 아느냐”고 질문하거나 유월절에 대해 공부한다며 설문조사를 도와달라고 한다면 하나님의교회로 의심해볼 만하다.

정통교리 통한 ‘백신’ 처방 중요

현대종교는 캠퍼스 이단 대처법으로 이단의 공식 명칭과 대표자를 알아두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이단이 운영하는 동아리 명칭을 잘 인지할 필요도 있다. 대표적으로 기쁜소식선교회의 IYF, 성락교회의 CBA 등이 있다. 현대종교는 이단이 QT모임, 성경공부 모임, 봉사 동아리로 위장해 포교하는 때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외에도 처음 듣는 선교단체나 동아리는 학교 교목실이나 기독교동아리연합, 학원복음화협의회에 문의하라고 조언한다. 일반 선교단체라 하더라도 이단이 숨어있을 수 있으니 공식 프로그램 외의 성경공부는 피할 것을 권고했다.

탁지원 소장은 “학생들의 필요와 관심사가 무엇인지 이단들은 잘 알고 있다”며 “친절하게 다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든 후, 치밀하게 미혹한다”고 했다. 이에 “이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듣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목사도 “청년 대상 이단 세미나를 하다 보면 자신이 그동안 이단 교리를 공부해온 줄도 모르고 있던 청년들도 종종 본다”며 “한국교회가 이단 예방 뿐 아니라 성도들이 정통교리와 이단 교리를 분별할 수 있는, 이단 면역력을 높여줄 백신과 같은 기초 교리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김나영 김동규 인턴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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