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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24만원 있나요?… 은퇴자 1인당 최소 생활비

[연금 양극화 또다른 불평등] ② 연금 수준이 소비력 좌우한다


은퇴해도 지출은 쉽게 줄지 않는다. 생활비는 물가에 연동돼 계속 늘어나고, 평균 수명은 길어져 퇴직 이후 근로소득이 없는 기간은 길어진다. 이로 인해 고령층의 소비에 연금이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20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2021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1인 기준 필요최소노후생활비는 124만3000원이었다. 이는 2005년 첫 조사 당시(66만7000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부부를 기준으로 해도 같은 기간 102만4000원에서 198만7000원으로 많이 증가했다.

이는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적정생활비는 이보다 많다. 2021년 기준 1인 필요적정노후생활비는 177만3000원, 부부는 277만원이다. 적정생활비는 표준적인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한 달 209시간을 만근하면 201만원을 받는다. 이를 대입하면 은퇴 부부 중 1명 이상은 첫 번째 직장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이어가야 적정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셈이다.

고령층의 생활비 부담은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2005년에 비해 2021년 물가는 37.7% 상승했으나 노후생활비는 이보다 많이 증가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줄일 수 없는 소비들이 생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보험, 의료비 등 건강 관련 지출은 고령층의 필수 소비다. 간병도우미(75.8%), 외래진료비(39.0%), 한방진료비(81.5%) 등 고령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젊었을 때보다 나이 들어 필수인 소비가 더 많아지는 추세”라며 “실비보험료, 의약품 지출 등의 소비를 청년층은 줄일 수 있어도 노년층은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연금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공적연금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60대 이상 가구주의 경우 소득 중 22.7%가 국민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었다. 이 비율은 80세 이상에서 56.2%까지 높아진다. 자녀들의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 비중도 나이가 들수록 더 높아진다. 50대 소득 중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했으나 80세 이상의 경우 27.6%까지 높아졌다.

연금 생활자의 소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으로 살아가는 저소득 고령자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간병도우미 비용은 매달 300만원을 줘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 아우성이다.

한편에서는 극소수 고소득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프리미엄 고령층’에 초점을 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016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요양업에 진출했다. 매일유업도 건강·영양식 부문을 분사해 매일헬스뉴트리션이라는 새 회사를 설립했다. 분유 생산설비 일부를 건강기능식품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도 했다.

연금 수입 차이가 단기간에 극복되기 힘들기 때문에 프리미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고령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소비 양극화 현상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고령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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