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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 줄수사… 공조부, 재계 떨게 하는 ‘新 저승사자’로

반부패수사부는 정치권에 집중
공정위 고발 없어도 주도적 수사
공조 2부 증설 방안도 추진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최근 주요 대기업들과 경영진을 연이어 겨누고 있다. 기업 비리 등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수사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공조부가 새로운 ‘서초동 저승사자’로 부상한 모습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기업 총수의 횡령·배임 혐의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공조부는 지난 9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17일 이수일 대표를 조사하는 등 한국타이어 경영비리 전반을 훑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의 계열사 부당지원 고발 사건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해 조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다. 조 회장 구속은 윤석열정부에서 대기업 총수가 수감된 첫 사례다.

공조부는 지난해 7월 검찰이 새 진용을 갖춘 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압수수색영장을 가장 많이 집행한 부서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선 공정위 고발 사건 처리를 넘어 기업 수사 전담부서로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조부는 지난해 12월에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이밖에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갑질 의혹’, 빙그레·롯데푸드 등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사건 등도 수사해 연루 임원 등을 기소했다.


최근에는 한샘 등 유력 가구업체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1조원대 ‘특판가구’ 입찰담합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초 주요 가구업체 본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10일에는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조사했다. 이 사건은 공조부가 공정위의 고발 없이 독자적으로 담합 수사에 나선 첫 사례로 기록됐다.

휴양콘도 업체 아난티와 삼성생명 임원들 간 부동산 뒷거래 의혹도 금융감독원의 허위 공시 정황 통보를 토대로 배후를 파고든 사건이다. 검찰은 두 기업의 2009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삼성생명 전직 임직원들이 아난티 소유 부동산을 고가에 사들였고 아난티 측이 대가로 뒷돈을 건넨 것으로 본다. 공정위가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산분리 규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 시민단체가 구현모 KT 대표 등을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도 공조부에 맡겨졌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2부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각종 기업 수사를 비롯해 재판 공소유지 부담 급증 등으로 부서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기업 수사는 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로펌이 방어막을 치는 등 난도가 높아 검사들의 돌파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기업 수사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1월 올 업무계획에서 검찰에 공정거래 등 전문부서를 증설해 직접 수사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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