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손배 없는 정보 유출 인정 판례… ‘다크앤다커’ 사건은 어떻게?

넥슨-아이언메이스 소송전 주목

넥슨의 신작 프로젝트 ‘P3’ 플레이 장면(왼쪽)과 데이터 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다크앤다커’ 알파 테스트 모습. 게임 산업계에선 데이터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도의적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게임사 제공

경찰이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를 무단 반출한 의혹을 받는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를 압수수색했다. 넥슨은 지난 2021년 전 직원 A씨를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신규개발본부에 재직했던 A씨는 퇴사 과정에서 ‘프로젝트 P3’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유출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 이후 넥슨은 A씨가 재직 당시 동료들을 회유해 퇴사를 종용한 뒤 함께 회사를 차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애셋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집단 퇴사 손해봐도 배상 어렵다”

이번 ‘다크앤다커’ 사건과 유사한 일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그중에서도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게임사 기밀 반출 관련 법원의 대표 판례로 회자된다. 2007년 엔씨소프트는 일부 개발진이 블루홀 스튜디오로 이직하면서 기획자료, 소스코드 등을 유출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6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상고까지 이어진 긴 재판 끝에 대법원은 2014년 ‘영업비밀 유출은 인정하고 손해배상은 기각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철우 변호사는 ‘다크앤다커’ 사건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유출된 자료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았는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지 등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와 이러한 자료가 다크앤다커 개발에 적극 활용됐는지 두 가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이어 “P3의 에셋이나 소스코드(게임을 만들 때 쓰이는 설계도)가 유출된 상황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개발자가 퇴사 후 자료 유출을 하면 부정경쟁방지법 외에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디자인이나 엔진, 시나리오, 클라이언트 등 독립된 저작물에 이르는 수준의 자료를 유출해 이직한 곳에서 활용한다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그 경우 손해배상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리니지3’ 판례를 언급하며 “이번 다크앤다커 사건도 마찬가지로 집단 퇴사하고 자료를 유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게임 산업 관련 활발한 의정활동을 해온 이상헌 의원실 소속 이도경 보좌관은 “관련 법 제정보다 중요한 것은 집단 퇴사로 인해 생긴 손해를 어떻게 책임지고 물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좌관은 “어떤 콘텐츠가 유출돼서 폐기되는 과정까지 굉장한 손해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남은 직원들은 콘텐츠가 폐기되면 이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없다. 수년간의 시간이 그대로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밀유출 건을 무죄판결하면 개발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밀유출과 이직의 모호한 경계선

게임 산업계에서 개발자가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를 차리거나 이직하는 건 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직·창업 과정에서 기밀 유출 문제로 게임사 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의식적 제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명지전문대학 이은진 소프트웨어콘텐츠과 교수는 “게임 소스를 유출한 것에 대해 피해갈 구멍이 많다”며 “개발자 개개인 별로 소스 코드를 만드는 방식이 있는데 개발자가 이를 다른 회사에서 썼을 때 독창성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마다 특유의 개발 스타일이 있는데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할 때 보호할 수 있는 저작권의 영역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다른 회사에 가서 본인 취향의 소스 코드를 쓴다고 그게 이전 회사의 고유물이라곤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보좌관은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판례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콘텐츠 전쟁 시대이고, 내부 영업비밀 같은 게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에 맞춰서 내부 정보에 대한 중요도를 엄중하게 고려해 엄벌주의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저작권 문제와 달리 유출 목적을 가진 ‘나쁜 집단퇴사’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전에 손해배상이 필요 없다는 판결이 났지만 이번에는 더욱 면밀히 사건을 검토해서 손해배상 문제도 포함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에 기밀 유출 관련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무단 반출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유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책임의 몇십, 몇백 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동종업계 종사자 간 도덕성을 더 갖춰야 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게이머들도 현명하게 유출된 자료를 악용한 게임을 선택하지 않아야 더 좋은 게임이 개발되고, 게임 산업과 문화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