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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에듀 서치] 교원정책 변화 없이는, AI 미래 교실은 허상이다

경남 김해시 관동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지난 17일 열린 수학 수업에서 스마트펜을 들고 분수 나누기 문제를 풀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진하려는 미래 교실을 그려볼까요. 그가 각종 정책 브리핑이나 간담회, 강연 등에서 자주 언급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태블릿PC를 하나씩 들고 교실에 앉습니다. 태블릿PC에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탑재돼 있습니다. 종이 교과서를 사물함에서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학생은 AI 안내에 따라 각기 다른 진도를 나갑니다. 어떤 아이는 AI가 제공하는 심화문제를, 어떤 아이는 기본 개념을 다지는 동영상을 봅니다. 다음 단원을 예습 중인 학생도 있습니다. 교사는 유유히 학생들 사이를 걸어 다닙니다. AI가 학생들을 잘 이끌고 있는지 지켜보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이력은 교사용 태블릿PC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학생 수준에 따른 맞춤형 공부가 이뤄지는 이상적인 교실입니다. 배움의 즐거움이 있는 교실일 겁니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공부에 흥미를 잃거나, 학원에서 미리 배워 지루해하는 학생도 별로 없을 겁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시대 연다’란 제목으로 직접 브리핑했습니다. 이런 대목이 눈에 띕니다. “AI 보조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일을 도와주면 교사는 학습 지도(코칭)를 하거나 사회·정서적 변화를 관찰·진단해 상담하는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교실의 변화로 학생들은 자신만의 학습 경로를 구축하는 능동적인 학습자로 성장할 것.”

교육부는 현재 AI 활용 수업의 개념을 수립하는 단계지만, 경남에선 이미 이런 수업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경남교육청은 AI 활용 수업에 ‘진심’으로 보입니다. 초·중·고 모든 학년에서 공부하는 내용 200만건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습니다. 국가교육과정을 통째로 DB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으로, 교사 600여명이 6개월 동안 매달렸다고 합니다. 이 DB를 바탕으로 네이버와 협업해 ‘아이톡톡’이란 이름의 AI 학습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경남 김해시 관동초등학교와 마산 신월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봤습니다. 관동초 6학년 교실에선 대분수를 자연수로 나누는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종이 교과서가 아닌 책상 위 태블릿PC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교사의 개념 설명이 끝나자 문제풀이 시간으로 넘어갑니다. 태블릿PC 화면은 좌우로 분할돼 있는데 왼쪽에는 문항이, 오른쪽에는 문제풀이용 여백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마트펜으로 여백에서 문제를 풀고 답을 체크합니다. 다 풀자 화면 상단에 맞힌 문항과 틀린 문항이 정리돼 나옵니다. 틀린 문항 아래 AI가 추천하는 개념학습 영상이 링크돼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교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신월초의 5학년 수업도 비슷했습니다. 자연수의 혼합 계산(덧셈과 곱셈, 나눗셈 등이 섞인 계산)이었는데 교사가 쪽지시험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학생의 랭킹이 올라가는 경쟁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다운돼 순위가 뒤바뀌자 항의가 터져 나오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수업 몰입도는 높았습니다.

좋은 수업들로 보이지만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교사의 업무량입니다. 교사가 교단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얼핏 교사가 여유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업무량은 어떨까요. 관동초 수업을 보겠습니다. 학생이 수업에서 한 모든 활동은 교사의 PC에 자동 업데이트됩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스마트펜으로 문제를 풀 때 한 낙서까지도 교사에게 전달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는지, 문제별로 해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문제풀이 과정이 담긴 기록을 통해 학생의 풀이과정을 유추하고 피드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쑥스러워 못한 질문들도 쌓입니다. 한 반에 25명이면 수업 하나 끝날 때마다 25명의 각기 다른 학습 데이터가 쌓이는 셈이죠. 하루 5교시라면 125개, 일주일이면 625개가 축적됩니다. 이 부총리 생각과 달리 교사들이 할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부총리는 미래 교실을 언급할 때마다 “교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AI는 단지 교사를 거들 뿐”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가 그리는 교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교사들에 대한 동기부여입니다. 학습 데이터가 60건이든 600건이든 교사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그들이 안 움직이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와 AI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겁니다. 다음 글에서 이점을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교사의 업무량 분석입니다. 앞선 두 초등학교처럼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교사 업무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무늬만 미래 교실이 되지 않으려면 업무량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교사들이 ‘번 아웃’된 미래 교실은 AI에게 아이들을 떠맡기는, 지금보다도 못한 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조만간 중·장기 교원수급 방안을 발표합니다. 이번 방안에서는 미래형 수업에서의 교사 업무량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지표를 중심으로 교사 정원을 산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사 정원도 줄일 공산이 큽니다. 교원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변화된 역할에 따른 업무량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교사를 얼마나 학교 현장에 배치할지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이 부총리님,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습니까.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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