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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랑스는 연금개혁 해냈는데 우리는 왜 한가한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연금개혁안이 확정됐다. 헌법상 비상권한을 사용해 하원 표결을 건너뛴 마크롱 대통령에 반발해 야권이 제기한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헌법위원회의 승인 여부가 남았지만 여소야대 의회에서의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 70%가 넘는 반대 여론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는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행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1980년대 이후 노인 인구 증가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연금 기금 재정 악화라는 공통된 문제에 직면했다. 해결하려면 가입자의 부담을 높이거나(보험료율 인상), 적게 가져가는(수급 연령 상향 및 급여 감액) 방법뿐이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뒤따른다. 마크롱 개혁안의 골자는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것이다. 취직 전부터 은퇴 후 삶을 고민한다는 프랑스 국민들이 파업과 격렬한 시위에 나선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42개 직종별로 다른 연금제도를 단일화하려던 첫 번째 개혁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개혁의 길로 나섰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적 손실을 혹독하게 경험했지만 국민들을 직접 만나 하나씩 설명하며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심각하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5년이다. 그런데 2007년 이후 16년째 개혁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연금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던 윤석열정부마저 의지가 조금씩 흔들린다. 정부와 국회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놓고 핑퐁 게임을 벌이며 개혁안 제시를 서로 떠넘기고 있고, 대통령은 정부·국회의 초당적 협력만 촉구할 뿐이다.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서려 하지 않는다. 올해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 공시하는 해다. 선거도 없어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에는 상대적으로 적절한 때다. 올해가 지나면 개혁 동력을 구하기 어렵다. 눈치를 보며 미루지 말고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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