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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연금… ‘얼마 내고 얼마 받나’ 재설계 논의돼야

[연금 양극화 또다른 불평등] ③ 세대 갈등 부른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전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이어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역대 최악인 -8.22%를 기록하면서 2030 청년 세대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2055년은 대략적으로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 은퇴하거나, 연금 급여를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평생 낸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현 정부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논의도 공전하는 모습이다. 세대 간 불공정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대체율 올려야 하나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갈등에 불을 지핀 건 한국경제연구원의 문제 제기였다. 한경연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생은 2055년(2033년부터는 만 65세에 수급 개시)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데, 이 시기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나 받을 돈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고령화 문제로 기금이 빠르게 고갈되는 건 우려스럽지만, 그렇다고 기금 고갈이 곧 연금 수급 중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 자문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보유 기금이 3개월치 지급분밖에 없다”며 “기금 잔액 여부가 수급 여부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돈을 당시 근로세대에게 골고루 부담시키고 어르신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적립 기금이 없다고 해서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이슈는 단순히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넘어서 세대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덜 내고 더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운영돼왔던 제도가 앞으로는 고부담·저급여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바라볼 때 지금의 연금개혁은 이미 받고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두고 새로 가입하는 사람들, 즉 현재 납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롭게 낼 돈에 대해서만 논의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며 “세대 간 형평성이 깨진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탄생했을 때만 해도 보험료율은 3%였고, 생애평균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험료율은 9%까지 올랐고, 돌려받는 비율은 40%로 줄었다. 초기 가입자였던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에는 부담한 것에 비해 3배 정도를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현재는 평균 1.88배를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 ‘1’마저도 깨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얼마나 돌려받을지’인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30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보험료 인상은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연금행동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40%(2028년부터)는 미래 가입자들 평균 소득의 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세대의 경우 현재 세대보다 2.3~3.4배 많은 실질소득을 갖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미래 연금수급자들은 그 시기 생산 세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을 함께 진행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지출하고도 동일한 연금 급여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소득대체율을 대폭 손질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연금 개혁은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제도 자체의 기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행동은 “가처분소득과 소비 축소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결국 내수진작 효과도 줄어들게 돼 국민경제 차원의 선순환 효과도 줄어들게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미래세대 전체의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열린 연금개혁 토론회에서 기금 고갈에 대비해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높이되, 소득대체율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지급개시 연령을 몇 년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관건은 제도 신뢰 회복

미래세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험료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게 맞지만, 정부는 국민연금에 소득 재분배나 출산 장려와 같은 사회정책적인 역할들을 부여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등 이런 정책 수행에 드는 비용은 정부 재정을 통해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원종현 상근전문위원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책임으로만 돌릴 시기는 지났다”며 “제도 지속성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율을 올릴 생각은 안하고 ‘다른 나라는 연금 지급에 세금을 부담하니까 우리도 세금을 넣자’라는 식은 말도 안된다”며 “보험료도 올리지 못하면서 국고 투입을 얘기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적 연금을 대하는 가입자들의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 전문위원은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성은 기금 수익률이나 기금 잔존액이 아니다”라며 “그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가입자들의 제도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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