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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적 물 부족, 희망이 있는가?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40년 전 에티오피아의 극심한 가뭄에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수십명의 유명 가수가 함께 참여한 모금 캠페인에 6300만 달러 이상이 모였고, 현지에 도움이 전해졌다.

필자는 올해 3월 초 마사이족이 사는 케냐 카지아도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봤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끝없이 갈라진 땅, 말라 죽은 가축 사체, 오래전 바닥을 드러낸 우물까지 극심한 가뭄이 만든 풍경은 참혹 그 자체였다. 식수가 부족한 탓에 물 한 모금도 아껴 나눠 마시는 아이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굿네이버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카지아도 지역의 보건의료 시스템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모와 신생아 건강을 위해 가정이 아닌 보건시설에서 전문 인력 도움을 받아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된 가뭄은 보건소 위생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마저도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곳에서 만난 당국자와 주민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식수와 식량 문제를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케냐 식량안보 조정그룹(KFSS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수가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97만명의 5세 미만 어린이와 14만명의 임신부 및 수유모가 영양실조로 긴급 구호가 필요하다. 마사이족의 주요 생계 수단인 가축도 260여만 마리가 죽어 약 2조3000억원에 이르는 경제 손실이 발생했고, 가축을 약탈하는 무장 강도도 자주 출몰하고 있다.

이미 우기가 시작됐어야 할 3월이지만 비 소식은 감감한 채 몇 해째 반복되는 기상 이변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동안 굿네이버스는 지구촌 곳곳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표수 활용, 나무 심기, 지하수 활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런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연일 뜨거운 태양과 싸우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전하고자 한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식수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주민이 식수 문제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특히 부유한 나라가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해 기후변화를 가속한 결과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야기한 국가의 일원이 지구촌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며, 이는 자선이 아니라 배상이다.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는 이웃을 외면하고 가뭄과 기근 문제를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순간이 닥칠지도 모른다. ‘위 아 더 월드’ 노래 가사처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로 당신과 내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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