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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김대중-오부치 선언’ 제대로 읽기

라동철 논설위원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제한적이었던 양국 관계가 급진전된 계기는 1998년 10월 양국 정상이 합의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도 불리는 이 선언은 11개항으로 이뤄졌는데 고갱이는 제2항이다. “오부치 총리대신은 (중략)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중략)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양국이 ‘일제 강점’이란 불행한 과거사를 극복하고 협력적 미래를 열기 위한 해법이 여기에 담겨 있다.

양국은 공동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5개 항목 43개 세부계획으로 된 부속문서에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일본 수출입은행의 차관 제공, 한국 내 일본 대중문화 개방, 대북정책 공조, 청소년 교류 확대 등이 추진되는 등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 양국이 윈-윈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선언 2항에서 밝혔듯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일 게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타당한 평가일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은 ‘한·일 양국이 불행한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양국 관계가 악화됐는데 일본 우익 정권이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왜곡한 탓이 크다. 불행한 과거는 덮고 미래만 보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정신으로 과연 양국이 협력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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