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늙어가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위해

[책과 길]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332쪽, 1만6800원

영국의 ‘나이 든 여성들의 코하우징(Older Women’s Co-Housing)’ 커뮤니티가 설립한 한 공동주택 앞에서 거주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50대 중반의 논픽션 작가 김희경은 20년째 혼자 살아왔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이상한 정상가족’을 썼고,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근래 늘어나는 국내의 1인 가구 담론에서 중년들의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1인 가구라고 하면 미혼 청년들이나 사별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다르다. 전체 1인 가구 중 37.6%가 40∼64세 중년 1인 가구이며, 중년 인구의 20.1%가 1인 가구로 조사됐다.

김희경은 중년 1인 가구를 ‘에이징 솔로(Aging Solo)’로 명명하고 이 집단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혼자 늙어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에이징 솔로’는 중년에 들어 혼자 사는 걸 삶의 기본값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혼자 노년으로 들어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사람들이다.


그는 2021년부터 혼자 사는 중년 여성 19명을 인터뷰했다. 또 중년 1인 가구를 다룬 국내외 논문과 저서를 읽고, 이들의 공동체를 찾아가 취재했다. 그것은 혼자 사는 중년 여성인 작가 자신이 현재와 미래에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혼자 사는 한국 중년 여성들에 대한 신뢰할만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에이징 솔로’는 혼자서 늙어가는 삶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어 버린다. 중년에 비혼으로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일단 놀랍고, 그들의 ‘혼삶’이 꽤나 만족스럽다는 것도 예상과는 다르다. 저자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상 가족이란 관념을 돌아보게 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가진 불안과 고민을 짚어가며 유용한 답변들을 찾아나간다.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이기적이라거나 비혼 여성들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프랑스나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지만 출산율은 프랑스 1.8명, 스웨덴 1.66명이라며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은 비혼 여성들 때문이 아니라 결혼한 사람들이 애를 낳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아플 때 서럽다’와 ‘나이 들어 외롭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오래된 이야기들이다. 외로움, 질병, 돌봄, 죽음 등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어려운 문제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것은 혼자 살든 가족을 이뤄 살든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아닐까. 가족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고, 배우자나 자녀가 있다고 노후와 돌봄이 든든하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질병이나 노후에 대처하는 데 좀더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원가족, 친구, 네트워크, 공동체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저자는 ‘가족을 중심에 둔 삶’만 있는 게 아니라 ‘우정을 중심에 둔 삶’도 가능하다고, ‘가장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럿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친구들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비혼 여성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는 한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비혼 여성 23가구가 이웃으로 거주하며 서로 돕는 생활공동체 ‘비비’가 있다. 이들은 노후를 대비해 혼자 사는 노인들의 공동주택을 구상 중이다. 일본의 여성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이라는 책에서 비혼 여성인 친구가 암 투병을 시작하자 그를 함께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팀K’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했다. 경기도 여주에는 68세 여성 세 명이 시골로 이주해 함께 사는 집 ‘노루목 향기’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혼자 나이 드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솔로의 삶은 여전히 비정상이나 비주류 취급을 받고, 사회 제도와 정책에서 누락돼 있다. 병원 수술을 받으려면 가족 동의를 요구하고, 연명의료 결정은 가족 동의가 필요하다. 솔로들은 세액공제제도에서 ‘싱글세’라고 불리는 차별을 겪는다. 아파트 청약이나 공공임대주택 입주에서도 불리하다.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은 법적 가족으로만 제한돼 있다.

작가는 이런 문제들을 짚으면서 “복지의 기본 단위를 가족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법적 가족이 아니라도 ‘내가 지정한 1인’이 나를 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혼자 사는 중년 여성 전체를 대변하진 못한다. 무엇보다 비자발적인 이유로 혼자 사는 이들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다. 짚지 못한 문제들도 있다. 그럼에도 중년의 혼자 사는 삶, 선택으로 혼자 사는 삶, 노후 문제에 직면한 혼자 사는 삶 등을 신선하게 조명하면서 1인 가구 담론의 폭을 확 넓힌다는 건 분명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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