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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상’ 쓴 연준… 주름 깊어진 한은

美 베이비스텝에 1.5%p 금리差
“연내 금리 인하 없다” 매파 행보
물가상승률 불확실성… 인상 부담
동결 땐 격차 더 벌어져 ‘딜레마’

사진=신화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한·미 기준금리차는 1.5% 포인트로 벌어졌다.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자본 유출 우려와 환율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다음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동결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압박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2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금리인상은) 금융불안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연준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선택은 곧 한은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한은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는데 다음 달 또다시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연준의 0.5% 포인트 인상 예상이 많았는데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치면서 선택지가 비교적 넓어진 덕분이다. 한은으로선 최악의 무역적자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변수는 물가상승률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5%대를 벗어난 4.8%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한·미 기준금리차가 확대될수록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속도는 빨라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한은이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하고 그다음 달 연준이 0.25% 포인트를 인상한다면 한·미 기준금리차는 1.75%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긴축 기조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국내외 금융 불안도 한은의 고민을 깊게 한다. 이날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각 22.7, 21.8로 나타났다. 실물·금융 지표 등을 바탕으로 산출된 FSI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위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융기관 건전성 리스크가 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호금융을 포함한 비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은 115조원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가계·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에서 보듯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과 유동성 악화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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