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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조부모가 남긴 빚, 손주가 안 갚아도 된다”

“배우자만 단독 상속” 판례 변경
“자녀 상속 포기 손자녀 책임 없어”

대법원 제공

채무자가 사망한 뒤 남긴 빚에 대해 망인의 모든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다면 손자·손녀는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채무자의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8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손자녀 4명이 채권자 B회사를 상대로 낸 승계집행문 부여 이의신청 사건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2015년 A씨가 사망하자 A씨 배우자는 그가 남긴 재산 한도 내에서 빚을 갚는 조건으로 상속한정승인을 했다. 공동상속인인 4명의 자녀는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A씨의 손자녀 4명은 당시 모두 미성년자였다.

2011년 A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B사는 2020년 공동상속자인 A씨의 배우자와 손자녀가 이를 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손자녀는 불복해 부산지법에 이의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원심은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자동으로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2015년 5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A씨의 손자녀는 원심 판단에 전제인 대법원 판례에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에 항고했다.

대법관 다수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사람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때 다른 상속인에는 배우자도 포함되므로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상속을 포기한) 당사자의 기대와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속되더라도 손자녀가 다시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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