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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수완박법’ 결함에도 효력 인정한 헌재의 어정쩡한 결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23일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한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절차상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법이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개정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효력을 놓고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돼왔는데 헌재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무부 등이 지난해 4~6월 청구한 관련 사건들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이 침해됐다”고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이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청구인들이 본회의에 출석해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역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가 결론을 내렸지만 인용과 기각 둘 다 1표 차이로 갈렸을 정도로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논란이 일단락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민형배 위원을 ‘위장 탈당’시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으로 보임시키는 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입법 과정에서 중대 결함이 있었다면서도 법의 효력은 인정한 헌재의 결정도 혼란스럽다. 관련 법이 시행 중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위법을 불사하며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에 이번에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헌재는 1997년과 2011년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이미 통과된 법률은 유효하다고 봤다. 이런 어정쩡한 결정이 반복되는 것은 헌법 수호 기관인 헌재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검수완박법으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과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은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고, 검사의 수사권·소추권은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즉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 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어서 검사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은 국회의 입법권에 속한다는 헌재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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