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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대성공 ‘소액생계비 대출’… 문제는 실효성·지속 가능성

[스토리텔링 경제]
연15.9% 고금리에도 98% 신청
한도 100만원… 단기 효과 불과
기부금 만으론 재원 확보 한계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이 27일부터 시작된다.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4일간 예약 가능 인원의 98%인 2만5144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소액 자금을 못 구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를 위한 상품이다. 신청자가 몰렸다는 건 당장 100만원을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제도는 복지와 금융의 경계선에 있다. 금융위 스스로 ‘실험적 제도’라고 평가할 정도다. 과거 정책서민금융상품보다 파격적이라 국내외 비교할 만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소득·저신용 차주(대출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동시에 제도의 실효성·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 이자장사 논란

소액생계비 대출 금리가 공개됐을 때 ‘금리가 너무 높다’는 반응이 일었다. 연 15.9% 금리를 놓고 정부가 이사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을 설계하면서 대출 한도와 금리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컸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26일 “금리를 낮게 설정하면 오히려 이 제도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몰려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복지가 아닌 금융 상품이라는 점에서 무작정 낮은 금리로 대출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축은행과 2금융권, 대부업의 평균금리가 연 15% 안팎인 데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하고 수요도 많은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금리가 연 15.9%라는 점도 감안했다.

대신 성실 상환 시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부여했다.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0.5% 포인트 이자를 깎아주고, 성실하게 상환하면 1년 뒤 금리는 연 9.4%로 떨어진다. 다른 정책서민금융상품이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으려면 4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대출 금액 한도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는 속칭 ‘내구제 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 50만원 내외 소액으로 이뤄지고, 온라인 대부광고 사이트의 대출금액 최빈값이 40만원이라는 점에서 대출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소액 대출 실효성 있을까

일회성 소액 대출이 취약 차주들에게 과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실효성 논란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시장에 내몰리기 직전의 취약 차주를 구제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한도 100만원으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선 유사 정책 상품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에 따르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상품의 긍정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다시 고금리 대출을 늘리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지 못했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대면 상담을 통해 채무조정·복지·고용과 연계해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복지·일자리 등 해법까지 제시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돕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을 일부러 갚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어느 정도의 도덕적 해이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가 대출받기 쉽게 설계돼 있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 일부라도 도움을 받았다면 이 제도는 실패한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할까

예상보다 인기가 높은 탓에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은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은행권의 기부금 등 1000억원으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소진 상황을 보고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은행 등에 대한 기부금 증액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난감한 표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 쪽에서 관련 재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은 없었지만 이미 3년치 계획이 잡혀있어 추가로 출연이 필요할 경우에는 은행연합회에서 별도 논의를 거쳐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언제까지 기부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에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 반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정책 금융 지원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대신 법정 최고금리 인상 논의를 본격화해 민간 서민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24%→20%)된 이후 최대 3만8000명의 대부업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평균적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제도권 금융을 이용못하는 취약층도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시장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을 검토했지만 정치권 반대로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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