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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만에 드러난 軍 삐삐선에 묶인 손들

아산서 집단학살 유해 40구 발굴
6·25때 인민군 부역 혐의로 희생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에서 현장에서 온전한 형태의 유해 40여구가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73년 전 한국전쟁 당시 학살당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충남 아산에서 무더기로 발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8일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견된 유해 40구를 공개하며 ‘아산 6·25 부역 혐의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된 유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1950~51년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 등이 지역 주민들을 인민군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성재산 방공호 등 일대에서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1기 진실화해위가 2008년 조사를 개시해 당시 온양경찰서, 배방면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던 경찰과 직원 진술을 통해 이를 규명했다. 당시 진술에 따르면 경찰과 치안대가 트럭으로 주민 40~50명씩을 방공호까지 실어 날랐고 그곳에서 전원 처형됐다. 또 인민군 부역자로 의심받은 이들과 가족까지 창고에 가두고, 수일에 걸쳐 모두 살해했다. 앞서 같은 지역에서 2018년 208구, 2019년 7구의 유해가 수습된 바 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발견된 유해 사진. 유해에 군용전화선 ‘삐삐선’이 감겨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공개한 유해 40구가 ‘아산 6·25 부역 혐의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된 유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번에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유해들은 폭 3m, 길이 14m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머리에 녹슨 탄피가 얹혀 있거나, 손목이 군용전화선(삐삐선)으로 묶여 있는 것들이 다수였다. 집단으로 손목에 삐삐선이 묶여 있는 상태의 유해도 나왔다.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으로 추정된다고 진실화해위는 설명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유해 대부분 무릎이 ‘L자’로 구부러진 채로 있는 것을 봤을 때 학살되자마자 곧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는 다음 달까지 세척 등 수습 작업을 거치게 된다. 발굴 작업은 인근 염치읍에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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