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몰락’… 권도형, 100년 이상 징역형 받을까

몬테네그로 신병 인도 선택 달려
증권성 인정 안될시 사기죄 처벌
美서 1차·국내 2차 처벌도 가능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뉴시스

시가총액 52조원이 증발한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동유럽의 몬테네그로에서 최근 붙잡혔다. ‘코인업계 일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로 칭송받던 그는 테라·루나 사태 이후 도망자 신세가 돼 11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왔다. 이제 그에게 붙여진 별칭은 머스크가 아니라 ‘한국판 엘리자베스 홈즈’다. 홈즈 전 테라노스 창업자는 가짜 기술로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인물이다. 천재에서 사기꾼으로 추락한 권 대표는 어느 국가에서 재판을 받을지와 상관없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꿈많았던 해외파 개발자

탄탄대로였다.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권 대표는 1991년생으로 대원외고를 졸업했다. 일찍이 창업에 관심을 가진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하빈저’라는 특목고 영자신문을 만들어 해외 명문대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한다.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한 뒤 귀국한다. 2018년 티몬의 창업자 신현성과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 코인’ 가상화폐 테라를 개발해 발행해 큰 성공을 거둔다. 스테이블 코인에는 미국 달러 등 법정통화와 가치가 연동돼 가치 하락을 막아준다는 개념이 적용됐다. 일반적인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확보하는데, 테라폼랩스는 달랐다. 테라폼랩스가 2019년 4월 공개한 백서(초기 사업계획서)를 보면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돼 있다. 자매코인인 ‘루나’를 발행해 테라의 가격을 떠받치겠다는 설명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알고리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테라와 루나는 모두 휴지 조각이 됐다. 피해자는 국내에서만 28만명이고, 피해 규모만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권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트위터로만 소통하면서 한때 코인업계 일론 머스크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2021년 7월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과거 트위터나 사석에서 “영어만 쓰라”며 영어 소통을 고집해온 그는 결국 몬테네그로에서 진행된 첫 피의자 신문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어 통역을 요구하는 억지 논리를 펴는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쟁점은 증권성 인정 여부

권 대표의 신병 확보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싱가포르도 원하고 있어 어디에서 처벌을 받을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권 대표 신병확보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이들 국가의 신병확보 시점도 예단하기 어렵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공문서 위조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그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힐 때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여권 위조는 몬테네그로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범죄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권 대표를 어디로 송환할지는 몬테네그로의 선택에 달려있다”라며 “범죄자 인도를 먼저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포 과정에서 누가 더 기여했는지, 피해자들이 어떤 국가에 많이 몰려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의 국내 송환이 이뤄질 경우 핵심 쟁점은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다.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기적 부정거래, 시세 조종 행위 등의 혐의로 그를 처벌할 수 있다.

증권성 인정이 안 될 경우 사기죄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으로 처벌될 수 없다면 일반적인 형사법 규정에 따라서 처벌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형량 등 측면에서 권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사기죄의 경우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개인 재산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별 금액 특정이 필요하다”라며 “계좌로 거래를 하지 않는 가상화폐의 경우에는 적용하기가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권 대표를 사기 및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뉴욕연방 지법에 제소하면서 증권성이 인정됐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다. 권 대표가 붙잡힌 현재까지 한국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국내에 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기각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증권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야 자본시장법으로 처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예 변호사는 “가상자산업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미국처럼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하면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 인정 여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가 미국에서 처벌받은 뒤 국내에서 또 처벌받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해외에서 처벌받은 것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법 제7조에 따라 해외에서 처벌을 받았다면, 국내에서 같은 사실관계로 인한 처벌은 선고하는 형에 산입된다. 가령 미국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한국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면 한국에서는 2년 동안만 복역하게 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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