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무덤서 찾은 ‘메멘토 모리’… 죽음은 끝 아닌 부활의 산 소망

‘성경의 벽’ 세우기 프로젝트 진행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

송길원 목사가 오는 9일 부활절에 제막하는 ‘성경의 벽’ 창세기 구절 앞에서 두 팔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3년 부활절을 열흘 앞둔 30일 이스터 트리(Easter Tree)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 행복가정 NGO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청란교회 목사)를 찾았다. 국민일보와 함께 부활절 트리 캠페인을 벌여온 청란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인 2017년 500개의 불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올해도 하이패밀리의 랜드마크인 청란교회 옆 트리에는 불이 아름답게 밝혀져 있다.

이날 만난 송길원(66) 목사는 ‘1990번째 맞이하는 부활절’이란 표현을 썼다. 송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2023년 부활절’이란 말과 ‘1990번째 부활절’은 차이가 있다. 2023년은 시간이 돼서 저절로 찾아온 부활절이다. 하지만 1990번째라고 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준비된’ ‘맞이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마치 달맞이나 해맞이 같은 맥락이다. 하나는 그냥 흘러오는 시간이고 하나는 등불을 들고 신랑을 맞이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닥쳤으니 치르는 부활절은 언제나 계란 칸타타 발표회 등으로 끝나기 쉽다. 그러나 맞이하는 부활절은 준비하는 과정이 떠오른다는 게 송 목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1990번째인가. 송 목사는 올해가 2023년이니까 예수님의 생애 33년으로 볼 때 올해가 1990번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10년 후면 2000번째를 맞는 부활절이 된다. 지구촌에 울려 퍼질 2000주년 부활 메시지를 이제부터 한국교회가 함께 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송 목사의 바람이다.

송 목사는 ‘3인칭 죽음론’을 얘기하면서 ‘1인칭 죽음’으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죽음에도 인칭대명사가 있다는 말이었다. 3인칭은 ‘그들이’ 죽었다는 개념을 포함한다. 세월호 사건이 그렇고 10·29 핼러윈 참사가 그렇다. 송 목사는 ‘이태원’은 죄가 없다고 했다. 시점(10·29)과 사건의 핵심(핼러윈)이 주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얼마간 슬퍼한다. 그러나 곧 잊는다. 2인칭의 죽음은 무엇인가. 지인 형제 부모 친구의 죽음을 말한다. 이 죽음 역시 슬퍼하고 잊힌다.

그러나 1인칭은 다르다. 내가 죽기 때문이다. 송 목사는 성경에서 대표적인 1인칭 죽음의 주인공으로 히스기야 왕을 들었다. 그는 ‘집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다시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에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주님께 간구했다. 기도 후엔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왕하 20:1~3) 이 대목에서 송 목사는 절절함과 뼈저린 돌이킴, 간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죽음만 그럴까. 부활도 그렇다. 주님의 부활에만 머물지 않고 1인칭인 나 자신이 부활할 것에 대한 확신과 감동의 부활절을 맞이할 수 없을까가 송 목사의 고민이다. 송 목사는 ‘선교 암호 해독하기’의 저자 에드 스테처의 말도 인용했다. “많은 사람은 교회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때문에 걱정한다. 어떤 이는 큰 교회도 같은 운명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교회가 다시 이전과 같이 될까 봐 그것이 걱정이다.”

청란교회 성도들이 이스터 트리를 밝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렇다면 하이패밀리와 청란교회는 어떤 부활절을 준비하고 있을까. 청란교회는 부활 절기에만 머물지 않고 코로나19 기간 내내 나그네신앙 회복운동을 펼쳤다. 고난주간에도 단순한 금식에만 머물지 말고 ‘무덤 멍’을 때려보라 권했다. 송 목사는 그러면서 하이패밀리 수목장은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한식과 중추절에 찾아가는 성묘 말고 진정 죽음을 묵상하기 위해 무덤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무덤은 우리가 필멸자(必滅者)임을 일러준다고 했다. 바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부활의 산 소망이 있다는 메시지다.

송 목사는 1인칭의 죽음을 체험하기 위해 속 노란 방에 드러누워 5분간 머물러 보라고도 했다. 그러면 부활의 소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청란교회 학생들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때 교회에서 5분간 ‘장례 놀이’를 했다. 놀이의 결과는 죽음이 겁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새 생명의 부활이 있을 테니 말이다.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송 목사가 그렇게도 죽음의 문제에 천착한 이유도 알 듯했다. 그는 범위를 넓혀 보자고 했다. 그러면 우리 자신만이 아닌 생태계의 변화도 있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기후위기 시대다. 교회는 기후변화로 크게 신음하며 하나님의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피조물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사랑을 ‘탄소 중립’으로 드러내기 위해 ‘창조 회복 교회’로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육식을 줄인다. 성도들의 밥상만 바꿔도 교회는 자연의 회복에 참여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요함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환하게 빛나는 이스터 트리 모습.

송 목사가 권하는 말씀이 귀에 와 닿았다. “고요하면 내가 하나님인지 알게 될 것이다.”(시 46:10) 이 말의 의미는 첫째 고요하라, 그러면 내가 하나님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뜻과 함께 ‘내가 하나님인지 알기 위해 너희는 고요하라’는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은 이 고요를 연습하기에 너무도 좋은 기회다.

송 목사는 코로나 기간 내내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줌(Zoom)을 통해 교회의 기초를 다시 쌓았다. 그것이 ‘하영리’(하루 30분, 영적 리추얼로 누리는 축복)였다. 새벽기도회 대신 아침 시간이든 저녁 시간이든 가족이 함께할 시간을 가지라고 권했다. 그리고 가족 예배를 드린다고 여기지 말고 말씀 낭독을 하라고 했다. 100세 시대, 연대기 나이로만 계산하지 말고 참 신앙인이라면 말씀을 일독(一讀)하는 것을 한 살로 치자고 했다. 이 말에 성도들이 호응했단다.

유대인 시간 법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 1:5, 8, 13, 19, 23, 31)에 근거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아침이 먼저 나오고 저녁이 뒤에 나오는(출 29:39~42, 겔 46:13~15) 때도 있다. 다시 말해 성경 시대에 하루를 시작하는 때는 아침과 저녁 두 번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두 겹 만들기 관습이다. 우리나라의 신정과 구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저녁 시간을 두 번째 아침으로 여겨도 좋다는 얘기다. 송 목사는 벼는 농부의 발소리로 자라듯 자녀들은 엄마 아빠의 성경 낭독 소리로 자란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했다.

성경의 벽은 100m 길이의 벽에 1753쪽, 150여만 자의 성경 말씀이 훈민정음체로 6770개의 정사각형 스테인리스 패널로 구성됐다.

하이패밀리엔 ‘성경의 벽’ 세우기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안데르센 메모리얼 파크에 길이 100m, 높이 3~9m 벽에 1753쪽의 성경이 A4 크기 스테인리스 판에 훈민정음체로 새겨져 한 장씩 매달리는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성 관광 시대를 여는 작업이기도 하다. 곳곳에 예술혼과 더불어 새로 설치한 ‘K바이블’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는 9일 부활절 연합예배를 성경의 벽 앞에서 드릴 예정이다. 작은 교회들을 초청해 도시락도 준비하고 무덤 옆에서 찬송가 160장 가사처럼 ‘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나셨네’를 목청껏 부를 예정이다.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홍정길 목사가 강사로 나선다. 파이프 오르간도 야외무대로 나온다. 예배엔 주한 외교사절도 참석한다.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해 축하 시간을 갖는다.

송 목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반세기 가까이 세계 복음주의 선교 운동을 선도해 온 국제로잔복음화운동의 제4차 대회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을 언급했다. 대회에 참석한 4000~5000여명의 글로벌 선교사역자가 회의만 마치고 한국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관광은 필수일 텐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그러면서 K컬처와 관련된 공연이나 K푸드 등이 많지만 ‘K영성’을 보여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미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영성 관광’을 주제로 루트 개발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가 펼쳐놓는 아름다운 동행은 이처럼 유쾌하다. 가정회복을 위한 ‘앰뷸런스 소원재단’ ‘해피엔딩 아카데미’ 등 끝이 없다.

한국교회의 또 다른 희망도 읽을 수 있었다. 송 목사는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 이론에 등장하는 ‘바닷가에 사는 어부는 어느새 파도 소리를 잃어버린다’는 메시지를 들려줬다. 일상의 기적, 기적의 일상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와야 한다”고 했다.

“저도 한때 큰일, 큰 교회를 꿈꾸었지요. 우리말에 ‘큰일 하려다 진짜 큰일 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큰일보다 ‘아름다운’ 일을 하기로 했어요. 아름다운 일이 큰일이니까요.”

양평=글·사진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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