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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 약제비 줄인다는데… 한의사들 삭발식

손보업계 “과잉 진료가 인상 원인”
정부 “협의 거쳐 상반기 고시 개정”


한의사들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국토부가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첩약 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내용의 고시 변경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와 손해보험 업계는 한방병원의 과잉 진료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원인이라고 보고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의사 측은 진료 권리를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30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위원회(분심위)를 열고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첩약 처방일수를 1회 10일에서 5일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 등을 논의한다. 정부와 손보 업계는 한방병원에 과다한 처방이 만연해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실제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비는 2018년 7139억원에서 지난해 1조4636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1조2623억원에서 1조506억원으로 감소했다. 총 진료비에서 한방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이후 절반을 넘겼다.


첩약 수가를 ‘뻥튀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국토부는 한 첩당 원가 500원짜리를 7360원으로 부풀려 약제비를 청구한 한의원을 적발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가벼운 교통사고에도 일부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해 손해율이 나빠지고,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경상 환자를 중심으로 한방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사협회는 첩약 일수 제한이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한의계에 차별적이고 강압적인 개악안을 내놓고, 논의의 당사자인 한의계와는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제한하고 한의사들을 핍박하기 위한 내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국토부가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총궐기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5일 삭발 후 단식 중이다.

정부는 2013년에도 한의사협회와 첩약 일수를 줄이자는 논의를 했지만, 한방 수가만 41.4% 인상하는 데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 증가 속도가 가팔라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며 “한의사협회와 협의를 하고 상반기 중 고시를 개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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