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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이 FA 협상서 ‘뒷돈’ 요구… 추문 얼룩진 야구판

KIA 장정석 단장, 박동원 상대로
협상과정서 두 차례나 금품 요구
구단, 해임·사과… KBO에도 보고
허구연 총재 ‘클린베이스볼’ 무색

지난해 1월 6일 광주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대강당에서 KIA 타이거즈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는 장정석 단장의 모습. 장 단장은 소속팀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29일 구단 자체 징계위원회 결과 해임됐다. 뉴시스

개막을 코앞에 둔 프로야구에 또 악재가 나왔다. 이번엔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이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불명예 퇴진했다. 유망주 투수의 미성년자 성범죄 의혹 여파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단장의 ‘뒷돈’ 추문이 터져 나오면서 리그 관계자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KIA는 29일 구단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지난 시즌 도중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트레이드돼 시즌을 마친 포수 박동원과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하던 중 금품을 요구함으로써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골자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동원 측이 장 단장의 비위 의혹을 당시 녹취록과 함께 구단에 제보한 것은 지난주였다. 박동원은 전자우편 등을 통해 KIA에 장 단장의 금품 요구 사실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구단이 녹취록을 확보한 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자 장 단장은 ‘농담조로 했던 얘기’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과거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한솥밥을 먹었을 때부터 친분이 깊다 보니 가볍게 꺼낸 얘기일 뿐, 실제 금품을 요구할 심산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동원 측은 이 같은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협에 따르면 장 단장은 지난 시즌 막바지 박동원에게 두 차례 ‘뒷돈’을 요구했다. 두 번 모두 일대일로 만난 자리였다. 녹취록엔 시즌 종료 후 FA를 취득할 박동원에게 구체적인 시장 평가액까지 제시하면서 이를 웃도는 금액에 계약하면 일부를 장 단장 본인에게 달라는 식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장 단장의 해임 소식과 함께 구단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구단 임직원과 선수단 준법 교육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산하 클린베이스볼센터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접수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KIA 측으로부터 경위서 및 증거 자료 등을 받는 대로 장 단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롯데 자이언츠가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 혐의를 받은 투수 서준원을 방출하고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불거졌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박동원이) 선수협에 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로 야구 상황이 (안 좋지 않으냐)”고 말을 흐렸다.

이달 초엔 야구 국가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며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 남자 야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집계하는 세계 랭킹에서 올해 초보다 1계단 하락한 5위로 내려앉았다.

자연히 장 단장 사태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도 한층 날이 섰다. 다른 선수와 계약할 때도 유사한 요구를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 이어 급기야 뒷돈을 챙기는 게 리그 관행이냐는 조롱까지 빗발쳤다. 허구연 KBO 총재가 내건 ‘클린베이스볼’ 기치는 다시 한번 무색해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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